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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그네 1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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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놀 Dec 12. 2021

왼쪽을 사랑한 여자

옥희 이야기


왼쪽을 사랑한 여자   

  


그녀는 왼쪽을 사랑했다


왼쪽을 보는 얼굴의 시선이 부드러워 좋았고

왼손을 움직일 때마다 돋아나는 혈관도 마음에 들었다

왼쪽 다리의 곧음이 완벽했고

일자로 뻗는 왼쪽 어깨가 마음에 들어

가방도 왼쪽으로만 멨다

함께 걷는 사람의 왼쪽 팔짱을 끼는 것을 좋아했고

왼쪽을 보는 얼굴에 비친 햇살을 좋아했다

침실의 왼쪽에 침대를

서재의 왼쪽에 책상을 놓고

왼쪽으로 눕고, 왼쪽으로 비스듬히 앉아 책을 봤다

냉장고도 주방의 왼쪽

소파도 거실의 왼쪽,

거실의 왼쪽 벽엔 왼손으로 커피잔을 든 그녀의 초상화를 걸었다

그녀는 모든 왼쪽이 좋았다


왼쪽은 외롭지 않아 좋았다

이제껏 ‘오른’, 혹은 ‘바른’이라고도 하는 반대쪽에 밀리는 기분이었다

질투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축하할 수도 없었다

다만,

왼쪽은 왼쪽이고 싶었다

왼쪽은 왼쪽을 사랑하는 여자의 왼쪽을 지키는 것이 한없이 좋았다

왼쪽은 그녀의 모든 것이 좋았다


왼쪽이 왼쪽일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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