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본다
슬프면 찾아가던 돌담이 있었다
돌담에 기대앉아 주문을 왼다
돌담이 열리길 기대한 건 아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눈은 내리고
나는 바라봤다
눈이 나누는 수많은 공간들
그 사이로
슬픈 사람들이 걸어갔다
슬픈 사람들이 멈추었고, 또다시 걸어갔다
눈이 와도
*이미 젖은 자는 다시 젖지 않는다
돌담이 내 등의 온기를 나눠갖고
내게 다시 온기를 돌려줄 때
나는 일어섰다
내 어깨 위에 눈이 내려앉는다
휘어진 나뭇가지가 처연하게 바라본다
괜찮다
이미 젖은 자는 다시 젖지 않는다
*오규원 <순례 1>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