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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그네 1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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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놀 Dec 03. 2021

바라본다

 옥희 이야기


바라본다



슬프면 찾아가던 돌담이 있었다

돌담에 기대앉아 주문을 왼다

돌담이 열리길 기대한 건 아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눈은 내리고

나는 바라봤다

눈이 나누는 수많은 공간들

그 사이로

슬픈 사람들이 걸어갔다

슬픈 사람들이 멈추었고, 또다시 걸어갔다

눈이 와도

*이미 젖은 자는 다시 젖지 않는다

돌담이 내 등의 온기를 나눠갖고

내게 다시 온기를 돌려줄 때

나는 일어섰다

내 어깨 위에 눈이 내려앉는다

휘어진 나뭇가지가 처연하게 바라본다

괜찮다

이미 젖은 자는 다시 젖지 않는다


*오규원 <순례 1>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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