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자 이야기
명자 씨의 심장에는 나무가 자란다
명자야, 명자야
짧은 가지가 옆구리를 뚫고 나와 꽃을 피운다
명자는 예쁘다
심지 마라, 바람난다
단호하게 말했던 할아버지
앞마당과 뒷마당, 골목길까지
명자나무를 심었다는 할머니
전설처럼 들려오는 이야기와
명자나무 집을 팔아
서울로 간 명자 씨
키울 것이 없어 심장에 명자나무를 심었다
명자야, 명자야
명자 씨는 허허로울 때마다 명자를 불렀다
편의점 도시락이 너무 달아서
지하철 에스컬레이터가 너무 높아서
명자나무 집 몇 채를 더 팔아야
아파트를 살 수 있나, 할 때마다 계산이 안 맞을 때
명자 씨는 명자를 불렀다
명자는 한겨울에도 명자 씨를 위해
꽃을 피웠다
명자는 예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