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터 카멘친트와 함께 맞는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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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이 온통 푸르름과 귤꽃 향으로 만개하는 봄이 오면, 나는 으레 페터 카멘친트를 꺼내어 읽는다.
작년 봄에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읽지 못하고 지나갔고, 2023년에 이어 올해로 벌써 네 번째 페터 카멘친트를 읽었다.
세 번째 읽었던 봄, 내게 오래 남았던 문장은 ‘죽음’에 관한 것이었다.
그때의 나는 불완전했고, 여전히 불완전하지만, 나와 내 곁의 사람들이 맞게 될 죽음이 무엇보다 두려웠다. 동시에 그것은 가장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주제이기도 했다.
삶에는 왜 항상 죽음이 따라다닐까.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다.
“죽음 따위, 아직 나만 겪지 않았을 뿐 아주 흔한 일”이라고.
죽음은 냉정했지만, 뛰쳐나간 아이를 집으로 맞아들이는 인자한 아버지처럼 다정하고 자비롭기도 했다. 나는 갑자기 죽음이 우리의 현명하고 착한 형제라는 사실을 다시 깨달았다. 죽음은 올바른 때를 알고 있으니, 우리는 확신을 가지고 그를 기다려도 좋을 것이다. 나는 또한 고통과 실망과 우울은 우리를 망치고 쓸모없게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를 성숙시키고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올해, 네 번째 페터 카멘친트를 펼친 나는 가장 사랑하는 할머니의 죽음을 겪었다.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할머니의 시큼한 땀냄새와 축 늘어진 젖가슴, 등에 업혀 반딧불이를 보았던 밤,
고단한 삶 속에서도 나에게 보내주던 사랑과 미소가 스친다.
그래, 그의 말처럼 죽음은 흔한 일일지도 모른다.
나도 겪었고, 아빠도 겪었고, 가족 모두가 겪었다.
앞으로 나도, 그리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남편도 맞이하게 될 일이다.
그래서일까.
죽음이 이전만큼 두렵지 않다.
실패와 고통, 죽음이야말로 삶의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임을 알게 되었다.
그제야 나는 매 순간을 더 깊이 음미하며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내게는 모든 우스운 것과 기묘한 것을 가려내는 안목이 생겼다. 이제 나는 삶의 유머에 점차 눈을 떴고, 내 운명의 별과 화해하여 삶의 식탁에서 이런저런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페터 카멘친트는 주인공의 유년기부터 중장년에 이르는 사건과 깨달음을 엮은 성장소설이다.
소설 속 중년의 페터가 느꼈던 삶의 진리를, 나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운명이 나에게만 가혹하다고 믿었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그것이 누구나 겪는 삶의 한 조각임을 받아들인다. 그 사실이 나에게 안도의 한숨과 작은 용기를 준다.
나는 매년 봄, 페터 카멘친트와 함께 나이 들어간다.
아니, 성장해 간다.
내년 봄, 내게 남겨질 문장은 또 어떤 삶의 질문에 답을 줄지 벌써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