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시인의 노트]
글래스킬
임미옥
그를 너무 믿지 마!
그 투명함 속에
얼마나 단단한 벽이 숨어있는지
그 투명한 경계를 조심해!
너, 순진한 새여
공중에도 장벽이 있다는 걸
너는 결코 모르겠지
너, 자유로운 새여
저 멀리 탁 트인 산과 하늘 향해
훨훨 비상하려 하지만
그물에도 걸리지 않는
바람 한 줄기 들이지 않는
유리 장벽이 있다는 걸
알기를 바라.
보이는 전선 그물은 차라리 안전한 것
중력을 거슬러 높이 날아오르려는
양 날개와 막 열린 노래의 목을 꺾는
천적보다 더 깊이 숨어
한 번도 울지 않는 것
그 순수한 악의를 조심해!
– 《전남여고문학》 11호(2025) 발표
✍️ 시인의 노트 ― 「글래스킬」을 쓰며
맑고 투명해 보이는 것이 언제나 선하거나 안전한 것은 아닙니다. 이 시는 새들이 보이지 않는 유리벽에 부딪혀 죽는 참상에서 출발했지만, 동시에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그런 투명한 장벽이 있음을 생각하며 썼습니다. 순진하고 자유로운 존재일수록 보이지 않는 경계 앞에서 더 쉽게 상처 입을 수 있습니다. 이 시가 누군가에게는 늦지 않은 경고가, 또 누군가에게는 이미 겪은 상처를 알아보는 말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 르네 마그리트, 「인간의 조건」, 1933, 워싱턴 내셔널 갤러리
– 보이는 것이 진실이라고 믿는 순간, 세계는 가장 교묘하게 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