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 반, 4시. 너무 더워 깼다. 등이 땀으로 젖었다.
병실 안이 너무 덥다. 아침에 일어난 맞은 편의 할머니와 옆 침상의 아가씨도 밤새 더웠다고 한다. 병실의 창가 쪽 보조 침대에서 잤던 아가씨의 엄마가 조용히 고백한다. 자다 보니 추워서 히터를 높였노라고.'엄마가 범인이구나!'아가씨의 작은 외침이 이어졌다.
간호사가 와서 수술할 때 입는 옷을 주고 팔뚝에 주삿바늘을 찌르고 링거를 달아 주었다. 링거를 다니 본격적인 환자 같다. 당장 왼손을 올리는 것이 불편해진다. 수술 공식 머리인 양 갈래로 머리를 묶어야 하는데. 옆자리의 아가씨 엄마가 머리를 묶어 줬다. 긴 머리의 아가씨도 나도 생기발랄한 머리 스타일을 가지게 되었다.
9시에 멀쩡한 두 다리로 휠체어에 실려 수술실로 간다. 수술실 입구에서 이동 침대 위로 올라간다. 딱딱하고 차가운 침대. 병실의 침대랑 별다를 바 없지만 수술실 출신이라 아래 더 차갑게 느껴진다.
침대에 눕자마자 바로 간호사가 얇은 시트 한 장을 덮어 준다. 병실의 침대에 깔린 하얀 시트와 같은 종류의 시트이지만 차갑지 않다. 뜨끈뜨끈까지는 아니지만 막 건조기에서 나온 듯한 습도를 지닌 따뜻함이 있는 시트이다. 아, 고맙습니다. 수술 직전의 마구 떨리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시트를 덮어주는 일. 멋진 일이다. 병원에서 어떤 일을 할래 물으면 '따뜻한 시트 덮어 주는 일요' 그렇게 냉큼 말하고 싶을 정도로 감사했다.
이동 침대에 실려 수술 대기실로 들어간다. 고개를 살짝 돌려 주위를 살펴보니 커다란 업소용 회색의 냉장고 같은 곳에 '시트 온장고'라는 이름표가 붙어 있다. 오호라, 저곳이 따스한 시트들을 생산해 내고 있는 곳이구나. 수술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으나 환자의 몸과 마음을 부드럽게 해 주는 장치이다. 누구의 아이디어일까?
영화나 드라마에서처럼 천장의 전등을 바라보며 침대에 실려 이쪽저쪽 복도를 지나 수술실로 이동한다. 수술방이 많을 거라고 예상을 하긴 했는데 실려 가다 보니 30번이 넘는 수술방의 번호가 보인다. 아픈 사람들만큼 수술방도 많구나.
수술방의 침대로 올라가고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무엇을 하는지 이리저리 분주하다. 주변의 소음과는 다른 세상에 있는 듯한 조용하고 다정한 낯선 두 명의 의사 선생님이 내 옆에서 조곤조곤 말을 한다. 이제 숨 깊이들이 마시고 내쉴 거예요. 코와 입을 덮는 커다란 투명한 플라스틱 마스크 같은 것이 씌여진다. 들이마시고 내쉬고 들이마시고 내쉬고. 이제 폐에 산소가 가득 찼어요. 시작합니다. 다시 들이마시고 내쉬고. 뚝. (언제 마취가 될까 싶어 눈을 크게 뜨고 정신을 차리고 있었는데 한 호흡만에 정신을 잃었다. 순식간이었다.)
갑자기 눈을 떠졌다. 아까 수술을 기다리고 있던 대기실이었다. 호흡 몇 번 만에 시간과 공간을 순간 이동한 듯하다. 의식이 없는 시간들. 일상적인 밤의 잠과는 다른 의도적인 단절이다. 그 시간 속에 수술은 이루어졌고 눈을 뜨니 귀와 머리에 붕대를 감고 나는 누워 있다. 생경스럽다. 마취 덕분인지 아픔은 거의 느껴지지 않고 몸 전체가 묵직한 구름 속에 누워 있는 듯하다.
수술실에서의 시간은 얼마나 걸렸으며 회복실에서의 시간은 또 얼마나 경과되었을까. 눈을 뜨고도 상당한 시간이 흐르고 약간 또렷한 느낌이 들 때쯤 병실로 올라간다. 병실의 시계를 보니 12시가 훨씬 지나 있었다.
무사히 병실로 돌아왔다. 간단한 수술이라고는 하지만 수술이라는 일상과는 먼 단어 앞에 웅크리고 숨죽였던 시간들이 지나갔다. 오랜 구멍을 들어낸 후련함과 무사 귀환의 안도감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