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무언(落花無言)

by 미라




꾸미는 말이 더이상 소용없다던

척박한 소문의 땅에

바람에 등떠밀렸던 것 뿐인데

운명처럼 당도해버린

장엄하게 단단한

꽃씨 한톨





세상 세치 혀 위에서 미끄러지던

온갖 모양의 자음과 모음이 모여 만나

폭포가 되어 넘쳐 쏟아지는데도

그 흔한 '콸콸' 소리 하나 나지 않는

과연 형용 불가의 땅





입에 담지도 못했던 것들

말문이 막혔던 것들

할 말을 잃게 만들었던 것들이

폭포 안에서 어른거리다

원래 제 모양대로 비틀거리며

산채로 걸어나온다





말을 꾸며 가리킬 길이 없어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었던 그것들은
꽃씨의 메마른 발 앞으로 와

한 줌의 축축한 기포로 누웠다가

꽃씨에게 건네주고 나서야

기꺼이 진다

살아진다








낙화무언(落花無言)

Norway / 2018 / photo. Mira





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