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목의 증언 [2]

by 미라




마을 밖 멀리 활화산이

숨죽여 품은 뜨거움이나

마당의 꽃봉우리를 터뜨려 열어제끼고

결국엔 만개하는 힘이

제 뱃속에서 음식을 녹이는 힘이나

다를 게 없다는 것을

소년은 조용히 알게되었다





아비를 태운 배가 떠났던

소리 소문 없는 바닷가에 서서

코끝에 햇볕을 걸어놓고

매일을 꼼짝 않고서

과거와 미래라는 풍문

그 두 사이에 그어진 수평선을

바라만 보다 일어난 사단이었다





화산이 불을 뿜어 마을을 덮치고

떨어진 꽃들 옆에 불이 비처럼 쏟아지던 날

수평선 언저리에선

삶이 너무 뜨거워

내내 돌아오지 못했던 것들이

뭍 쪽으로 우르르 구르며 넘어지며

내달려오고 있었다





그 날, 내 발 밑에 웅크린 소년을

팔 뻗어 지키느라

나도 모르게 불 속에서 팔이 휘었다

반쯤 타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소년은 마을의 마지막 생존자





원래부터 몸에 불을 담았던 터

이글거리는 눈동자 하나만 갖고

마을을 혼자 떠나는 소년을 배웅하며

그제야 나도 한 번 뜨겁게 울었다

불의 폐허가 다시 마을이 되는

소년이 없는

몇 번의 세월이 또 지나겠지만








고목의 증언 [2]

Wildeshausen, Niedersachsen, Germany/ 03.2025 / Mira



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