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밖 멀리 활화산이
숨죽여 품은 뜨거움이나
마당의 꽃봉우리를 터뜨려 열어제끼고
결국엔 만개하는 힘이
제 뱃속에서 음식을 녹이는 힘이나
다를 게 없다는 것을
소년은 조용히 알게되었다
아비를 태운 배가 떠났던
소리 소문 없는 바닷가에 서서
코끝에 햇볕을 걸어놓고
매일을 꼼짝 않고서
과거와 미래라는 풍문
그 두 사이에 그어진 수평선을
바라만 보다 일어난 사단이었다
화산이 불을 뿜어 마을을 덮치고
떨어진 꽃들 옆에 불이 비처럼 쏟아지던 날
수평선 언저리에선
삶이 너무 뜨거워
내내 돌아오지 못했던 것들이
뭍 쪽으로 우르르 구르며 넘어지며
내달려오고 있었다
그 날, 내 발 밑에 웅크린 소년을
팔 뻗어 지키느라
나도 모르게 불 속에서 팔이 휘었다
반쯤 타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소년은 마을의 마지막 생존자
원래부터 몸에 불을 담았던 터
이글거리는 눈동자 하나만 갖고
마을을 혼자 떠나는 소년을 배웅하며
그제야 나도 한 번 뜨겁게 울었다
불의 폐허가 다시 마을이 되는
소년이 없는
몇 번의 세월이 또 지나겠지만
고목의 증언 [2]
Wildeshausen, Niedersachsen, Germany/ 03.2025 / Mi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