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끝났다던 데서 정작 시작하더니
빼곡히 적힌 온갖 신념의 긴 복음을 마다하고
시작도 끝도 없어 추락도 없는 공간
여자는 두 팔 벌려
천천히 뒤로 자빠지는 중이다
이 여자가 일어서는 방법
제것이라 여겨서 오래 기우뚱거렸던
치명적인 무게중심을 빠져나온 먼 바깥에서
생에게 뒤로 안기는 것을 택한 여자
중력을 거슬러 몸을 부리는 대신
말갛게 빈 중심 한 가운데서
팔랑팔랑 흔들리다 어쩌다 한 번
피어나선 흐드러지는 여자
나타났던 것이 사라지는 빈 자리를
쓸어 다독이느라
웃을 일, 울 일은 더 많아졌고
기꺼이 조용히, 홀로 있기를 택한 여자는
손 안의 씨앗 하나처럼
단단하고 동그랗게
깨어나는 중이다
일어서는 여자
Bremen. Germany / 11.2012 / Mi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