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만 년 되풀이 해 고쳐쓴 손익계산서
했네 말았네, 받았네 줬네 옥신각신
수취인 불명의 미수 전표만 수두룩하던
대차대조표를 불 속에 던져넣고
남자는 그제야 활활 고요해지는 중이다
이 남자가 사랑하는 방법
사랑을 하는 것인 줄로만 알았어서
하다하다 별별 사랑을 다 흉내내 해봐도
제 마른 몸에 다른 몸을 비벼댄 곳에선
매운 불씨 한 줌 타오르지 않았다
사랑을 감히 하는 대신에
결국 자신을 전소시킨 자리서
남자는 몸소 사랑이 되어가는 중이다
남자가 가까스로 없는 빈 곳
사랑은 영원한 지금 절절 끓고 있었다
생면부지의 행인도
남루한 담벼락 때묻은 담쟁 덩쿨도
번개처럼, 숨은 독거미처럼, 첫걸음마처럼
두렵지 않아 모두 그대로 껴안아 되고 보니
마침내 사랑만 남았다
사랑 되는 남자
Bologna. Italy / 11.2024 / Mi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