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그렇게 하트질이 꼴보기 싫은걸까. 사진마다 다들 환한 미소에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 사랑을 흘러넘치게 하겠다는데 왜 나는 그게 그리도 싫은거냐고. 아마 나는 속이 배배 꼬인 사람인걸까. 이유는 없다. 처음엔 호감이 없는 정도였다. 그게 뭐야 하는 정도. 그런데 연예인들의 사진마다 그거 안하면 사진이 안찍히기라도 하듯 한결같이 그러는 것을 보고 지레 진절넌더리가 난거지.
처음엔 두 손으로 하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언젠가부터 엄지와 검지로 교차해서 작은 하트를 만들었다. 억지스럽게 보였다. 이때부터 나의 비호감 단계가 상승한 것 같다. 그러더니 반쪽의 심장은 자기 볼로 만들고 반대쪽 심장은 손을 볼에 갖다 대서 하트를 만들었다. 내겐 점입가경으로 느껴졌다. 다 큰 어른들이, 그것도 남다른 비주얼을 어린아이들이 하면 귀여울 행동으로 그냥 우스꽝스럽게 전락시키는지 이해가 안되었다. 그건 뭐 내 사정이지만.
나는 사실 하트(heart) 좋아하는 사람이다. 이때 하트는 말그대로의 심장을 말한다. 간호학과에 다닐 때도 왠지 폐나 신장 등 다른 기관들보다 유독 심장에 끌렸더랬다. 심장이란 말에 심장이 뛴달까. 우리 몸의 기능중 어느하나 안중요한게 없지만 유독 심장에 남다른 끌림을 가졌던 초짜널스는 그래서 그쪽에 공부를 더했다. heart, cardiac, cardiology란 말자체에도 끌리는 그런 사람이건만 그것을 어여쁘게 손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인간들의 짓거리엔 왜그리 까칠하게 구는걸까. 그냥, 아무 이유가 없다.
내 눈에 띌 무렵엔 난 저거 하는 사람은 이제부터 안좋아할거야 하기까지 했더랬다. 그러다가 힘에 부쳤다. 점점 많아지는 것을 느꼈으니까. 그러다가 순식간에 안하는 사람이 없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그러다간 내게서 좋게 남아있는 사람이 없겠다 싶을무렵 그냥 포기했다. 그러거니... 그런데 어느날 내게 눈에 띄는 기사 하나. 박서준이 하트질을 안해서 논란이 어쩌구 하는 기사였다. 강한 호기심에 기사를 읽기 시작하면서 나는 벌써 박서준을 점찍었다. 내 이제부터 이 자를 사랑해주리라.
사연인즉슨, 이름난 샤넬 브랜드 모델을 서는데 업체측의 요구사항이었더란다. 그래서 기자들의 요구에도 박서준이 꿈쩍 않고 손을 안들었다는 것. 당연히 일을 하면서 본분에 충실해야지 히히덕거리며 사진기자 또는 팬의 요구에 응할 것인가. 그게 설사 박서준 개인의 행동이었다해도 태도에 관해 논란이 될게 있나. 고고하면 좀 어떤가. 스타가 그런 면도 매력이 될 수 있는 것 아닐까.
거기서 하나 알게됐다. 왜들 그렇게 예외없이 그것을 하나 했더니만 취재진이 요구를 하는 거였다는 사실을. 혹시 하기 싫은 사람은 없을까. 취재진은 개성없게 왜 한결같이 그 설정을 원하는걸까. 하트질하지 않는 박서준을 비난하는 시선에 샤넬측의 요구대로 카메라 뒤에서도 '시크하고 내추럴하게' 대응했으면 더 좋았을것을. 그는 공손하게 상처받았을 팬들에게 사과문을 내었다. 팬이란 내가 좋아하는 스타가 하트를 만들어 보여주면 환호하고 안해주면 상처받는 사람들인가? 팬심이란 내가 헤아리기 어려운 세계이므로 이쯤에서 나의 비호감 만큼 그들의 호감도 존중하기로 마무리지었다.
어느날, 캐나다의 어느 병원 웹사이트를 들어갔다가 깜짝 놀랐다. 나를 경악케 한 대문에 걸린 전에 보지 못한 홍보 이미지 사진때문에.
이름하여 세계를 평정한 K-하트?
아, 이리하여 나는 정녕 지구상 어디에서고 이 하트를 피할 길이 없다는 것인가.
그놈의 하트질, 내가 졌다.
이왕 이렇게 된김에 나도 제안하나 할까한다. 여기에 움직임을 넣으면 어떻겠는지. 심장의 펌핑을 손하트에 도입하는거다. 생명력을 부여하는 거지. 동영상의 시대에 심장의 박동이 느껴지는 힘찬 사랑의 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