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한국을 방문했을 때 커피숍같은데 가서 메뉴판을 보다가 깜짝 놀랐었다. 4.0 4.5 5.5 허는 식으로 적힌 가격표시를 보는 순간 나는 글로벌 코리아에서 이젠 커피값을 달러로도 받나보다 생각했었다.
그런데 인터넷 신문을 훑어보다가 메뉴판이 더욱 글로벌(?)화 된 내용을 보았다. 모든 글자가 알파벳으로만 적힌 간판이라니.
내가 밑의 메뉴판을 보고 주문한다면 커피는 주문할 수 있겠는데 빵은 패스해야 할 것같다. 뭔지 몰라서. 기사내용처럼 음료(beverage)는 M.S.G.R. 7달러, 아니 7천원짜리 저 음료는 도대체 무슨 음료일까 하여.
혼자서는 도저히 추측도 안될 것이다. 호기심 많고 먹는 것에 실험정신 강한 나도 시도하기 어려워보인다. 그러기엔 가격도 싸지 않으니까. 기사의 설명인즉, 미수가루란다!
미수가루냐 미싯가루냐, 혹은 정겨운 사투리로 미수가리를 들이대며 이게맞냐 저게 맞냐 왈가왈부하는 것도 아닌 상황. 난데없이 튀어나온 M.S.G.R.! 이런걸 두고 어떤 단어도 영어 알파벳으로 호환되는 한글의 우수성에 뿌듯해 해야하나. 놀랍도다 그 발상.
우리 전래의 여름음료를 매우 세련되고 경쾌하게 표현한 시도에 반하게도 내게 연상되는 것은 다른 것이었다. 바로 우리 입맛에 이미 인이 박혀 그것없이는 음식 맛을 못느끼도록 우리 미각을 지배해버린 조미료, M.S.G.였는데 어쩜 좋으냐고.
미수가루하니 정말 옛맛의 미수가루가 먹고싶다. 대접에 얼음 동동 띄워진 미수가루. 더운 여름, 나갔다 들어온 가족 누구에게나 손님에게나 그거 이상 없었던 대표음료였는데. 미수가루 이야기를 하노라니 구수한 냄새까지 느껴지는터에 M.S.G.R.는 너무 생뚱맞게 한참 빗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