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고국의 대통령이 다가오는 설을 맞아 직원들과 함께 찍은 영상으로 설날 인사를 했다는 소식을 보았다. 지난 '쌍팔년도'에 히트쳤던 변진섭의 노래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거죠'를 불렀다는. 변진섭의 노래를 잘 알기에 나도 영상을 찾아보았다. 거기엔 나름 스토리도 있었다.
대통령이 설날 연휴에도 일정이 많다며 비서실장이 송구스러운듯 염려하는 마음을 내비친다. 그러자 대통령은 설 연휴에도 쉬지 못하는 국민들도 많다며 'no big deal'의 마음을 암시하는 것과 아울러 비서실장의 고향행을 권고한다. 곧이어 왠 아이들이 공놀이를 하다가 대통령 앞으로 굴러온 공을 쫓아 와서 죄송히 여기는 제스처를 보인다. 그러자 대통령은 너무나 인자한 모습으로 다시한번 ' no big deal'을 표명한다. 그 모습은 흡사 백성을 긍휼히 여기던 조선 군주의 모습을 연상케 하였는데 동시에 대통령의 후보시절 tv에 비친 손바닥을 내 머리속에 불러오기 하였다.
그러더니 어디선가 노래가락의 한소절인듯 '우리가~' '우리가~'가 반복해서 나왔고 대통령은 어리등절함을 표현하려는 의도를 가진듯한 연기를 한다. 곧이어 사방에서 수트차림의 남성 여러명이 대통령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면서 노래가 이어진다. 대통령을 향해 가까이 다가온 늠름한 남성들 하나하나와 악수를 나누고 곧 여성 남성이 섞인 더 많은 수가 나와 함께 노래를 한다.
마침내 크라이막스인듯 대통령의 솔로 파트. 앞서가는 사람들과 뒤에서 오늘 사람들...모두 다 우리들의 사랑이 필요한거죠~~~ 노래 솜씨는 나무랄데 없어보인다. 음정 박자 음색 모두. 거기에 약간의 테크닉까지 구사한다. 한참 전 미국가서 a long long time ago~ 를 불러제끼던 때에 견주어 실력이 조금 는 것 같기도 하다. 선곡이 적절한 덕인가. 역시 최근 어부인의 허물을 감쌈으로써 '사랑꾼'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 것과 무관하지 않게 발라드가 잘 어울린다. 최근 신년대담으로 사이가 돈독해진 KBS의 프로그램 '열린음악회'에 출연섭외를 받을지도 모른다. 누구에게나 '열린' 음악회가 아닌가.
그리고 대통령이 한말씀 하시기를,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을 잘 보살피겠다며 따뜻한 설 명절 기원과 함께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덕담으로 마무리한다.
영상 내내 대통령의 들러리 역할을 충실히 한 대통령실 합창단 '따뜻한 손' 단원들의 너무나도 해맑은 표정은 유감이 있을리 없다. 선곡된 노래도 훌륭하다. 노래 가락도 친근하고 따뜻한데다 힘들고 어려울 때 우리 모두는 사랑이 필요하노라는 노랫말도 지당하기만 하다. 변진섭이 불렀으면 마땅히 그랬을텐데 그걸 생뚱맞은 인물이 부르니 이역만리에 사는 재외국민의 귀엔 왜이리 삐딱하게 들리는지.
지난 20세기에 유행했던 노가바(노래 가사 바꾸어 부르기) 본능을 불러일으켰다.
그대 어깨 위에 놓인 짐이 너무 힘에 겨워서
술을 먹다 멈춰진 그 길가에서
마냥 울고싶어질 때 아주 작고 약한 힘이지만
나의 손을 잡아요. 뻔뻔함을 느끼게 할 수 있도록 어루만져 줄게요.
우리가 저마다 힘에 겨운 욕망의 무게로 넘어질 때
그 순간이 바로 우리들의 염치가 필요한거죠.
때론 내가 혼자뿐이라고 느낀 적이 있었죠
생각하면 그 어느 순간에서도 건희만은 같이 있죠
아주 작고 약한 힘이라도 내겐 큰 힘 되지요
나 헤맬 때 그대 따끔한 쫑코가 필요했던 것처럼
우리가 저마다 힘에 겨운 욕망의 무게로 넘어질 때
그 순간이 바로 우리들의 염치가 필요한거죠
앞서가는 사람들과 뒤에서 오는 사람들
모두 다 나에게는 호구로 필요한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