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삼라만상에 존재하는 모든 실체에는 공통점이 있고 차이점이 있겠다. 인간에 한정해서 보아도 그럴 것이다. 제목에 열거한 사람들에게 있어서도 역시 그러할테지만 여기서는 공통점만을 이야기하려 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동안'을 이야기하는데에 빠지면 서운할 사람들이라는 것. 실제 본인들이 그러한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미디어에 등장하는 모습으로는 그렇게 보인다.
고현정은 50대, 황신혜와 박준금이 60대, 제목에서 '그리고' 뒤에 가려진 인물인 베라왕이 70대다. 이들은 젊은 시절 -요즘 미디어에서는 그 표현을 '리즈' 시절이라고 하는듯- 한결같이 미모가 빼어났던 사람들이었다. 흔히 이들의 기사에서 상투적으로 씌여지는 표현처럼 '세월이 비껴갈' 수는 없어서 이들도 중년 이상의 나이가 됐다. 그런데 그들의 건재를 자꾸 동안 타령으로 도배하는 것이 안타깝고 신물이 난다고 하면 나는 너무 삐딱한 사람이라서일까.
온, 오프라인의 각종 매체에서 이들을 그렇게 몰고가면서 팔아대는 탓도 있겠지만, 이들이 자신의 계정을 통해 소재를 제공하는 것이니 이들이 지향하는 바와 전혀 무관하다고 볼 수는 없겠다.
이들 사진들과 함께 본문 내용은 천편일률적이다. '극강의 청순미' '자기관리의 끝판왕' 'ooo이 남다른 동안 미모를 과시했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미모를 뽐냈다' 'oo대라는 나이가 무색할만큼 늘씬한 각선미와 동안 미모가 돋보여 20대 못지않은 패션 소화력을 자랑했다' 따위의 가볍고 얕은 수사. 그리고 기사의 맨 말단에는 '한편' 이라는 말로 시작해서 몇 년생이며 가족관계와 현재 활동내역을 밝히고 있다.
나이를 더욱 강조해서 언급하며 '20대 못지않은' 이라는 수식어가 꼭 들어가는데 당사자들에게는 이것이 칭찬이 될까. 본인들이 게재하는 사진을 들여다보면, 나이라는 고정관념과 편견이 없는 나름대로의 꾸밈새를 했는데 이것이 퇴색하지 않은 아름다움이었다고 보여지지 않는다. 그것은 누가 봐도 작정하고 20대 흉내를 내고 있는 모습이다. 중년이 넘어가면 마땅히 짧은 머리의 빠글이 머리를 해야한다는 뜻이 아니다.
'동안'은 젊음의 상징으로서, 이는 곧 창의적이고 유연하며 왕성한 활동력을 뜻하기에 동경하고 칭송할만한 가치가 있다. 그런데 이 시기를 지나온 이들이 이를 선망한다? 더우기 이들의 모습은 마치 '무슨 소리야? 나는 동안뿐 아니야. 나는 실제로도 어리다고! ' 하고 주장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왜 그래야 하나. 남자 연에인의 경우, 자기 관리를 열심히 해서 체형이 여전히 출중해도 동안 타령해가며 세월이 비껴갔네 어쩌네 하며 소비되지 않는다.
언젠가 헐리우드 배우 제니퍼 애니스톤은, 나이가 들어가는 여자 연예인에게는 아름답다는 칭송도 꼭 '나이치고는'을 붙인다고 불쾌하다고 발언한적이 있다. 한편, 파멜라 엔더슨은 이런 말을 했다.
"스타일이라는 것은, 당신 인생에서 겪으면서 헤쳐온 것이 무엇인가에 관한 것이며 세상을 향해 당신 자신을 어떻게 보여주길 원하는 가에 관한 것이다."
한 인터뷰에서 그녀는 또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스스로 몇 살이라고 느끼고 있습니까?"
"쉰 일곱이요. 왜냐하면 나는 그 나이를 확득한 것이고 그에 관한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중요하니까요." 그녀가 댄서를 연기한 'the last showgirl'이란 영화에서 이런 대사를 외친다. "나는 쉰 일곱이야. 나는 아름다워!"
내겐 '82년생 김지영' 이란 영화에서 인상적으로 기억되는 장면이 있다. 고등학생인 김지영이 버스에서 성추행범의 타겟이 되는 것을 알아차린 중년의 여성이 드러나지 않게 이를 막아내고 염려하는 장면. 남달리 아름다운 그녀들은 나이가 들어 왜 '어른'으로 존재할 수 없는가. 그들의 억지 청순미는 그만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