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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소나타

by 오리진

아주 오래 전, 지난 20세기, 오락거리 영상물은 공중파 텔레비전이 전부였던 시절의 이야기다. 코미디 프로그램중의 '달빛 소나타'라는 제목의 코너가 있었다. 부부 도둑이 밤마다 도둑질을 기획하나 담장위에서 밤새 티격태격 수다를 떨다보면 날이 새서 맨날 실패하는 이야기.


요즘 왜 갑자기 어린 시절 보던 그 코미디가 떠올랐을까. 최근 권력을 앞세워 전방위로 크게도 해드신 거국적인 모 부부 도둑단의 소식을 자주 접한 탓이렷다. 가끔 뜬금없게 달타령을 해대는 통에 더욱 그렇다.


먼저 남편되는 자는 지난 날, 헌법재판소에서 변론이랍시고 이런 말을 했다.

“이번 사건을 보면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지시를 했니 받았니 이런 얘기들이 마치 호수 위에 떠있는 달그림자 같은 걸 쫓아가는 느낌을 받았다."

아, 호수 위에 떠있는 달그림자...


그러더니 최근 아내되는 자는 이런 말을 했다.

"가장 어두운 밤에 달빛이 밝게 빛나듯이 저 역시 저의 진실과 마음을 바라보며 이 시간을 견디겠다." 아, 어두운 밤에 밝게 빛나는 달빛...

moonlight.jpeg


이 부부는 달이 맺어준 인연인가. 서로 떨어져 있어도 공히 달을 읊어대는 것을 보니.

이 부부의 비인간 자녀로 알려진, 뭐, 토리? 가 갑자기 자기들 곁을 떠난 인간같지 않은 인간 부모를 그리워하며 짖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月月"


덧붙임 말. 이 글은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를 들으며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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