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권하는 사회

by 대륙의 변방

마실거리에 관한 기호를 두고 'coffee person' 혹은 'tea person'인지 가르는 말이 있다. 나는 선명하게 '커피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또는 반려동물을 두고 'cat person' 인지 'dog person'인지 구분하기도 한다. 물론 둘다 키우며 함께 하는 사람도 흔히 보지만 나처럼 둘 다 아닌 경우도 있다.


이처럼 해본다면 '빵사람'인지 '떡사람'인지도 구분해 볼 수 있겠다. 어릴적부터 청소년기에 이르는동안 나는 왠지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풍 성향을 가진탓에 단연코 '떡'파였던 것 같다. 그러다가 해외에 살면서 떡은 아무리 그 맛이나 정서가 그리워도 말그대로 '그림의 떡'이 되고, 자연히 떡은 내 기호에서 도태되고 말았다.


그렇다고 빵이 대안으로 급부상한 것은 아니고 내겐 빵은 빵이고 떡은 떡이로다, 하지만 떡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쯤 될까. 한번씩 한국에 방문할 때는 떡을 좀 먹어줘야 할 것 같은 생각은 하게 된다. 도로변 상가에 붉은 원안에 '떡' 하고 크게 씌어진 글자가 떡하니 붙은 떡집이 흔하지 않은가.


수 년 전부터 인터넷 등에서 디저트 까페라는 말이 참 많이 보이는가 싶었다. 먹는 일에, 아니 더 정확히는 맛있는 것 먹는 일에 공 들이는 분위기다 보니 식후 디저트에도 소홀함이 없게된 것인가 여겼다. 그런데 한국에 방문했을 때 보니 그 '디저트'는 곧 빵이었다. 식사를 하고나서 또 빵을? 했던 기억.


그러더니 몇 년 후 '베이커리 까페'라는 것이 대세를 이룬듯 보였다. 작년에 한국에 갔을 때 체험해 본 바로는 주로 대형이었는데, 넓은 면적에 매장안의 천정이 높은 것이 필수 조건인듯 보였다. 기존의 기본적인 빵 종류에 머물지 않고 다양하게 개발된 많은 종류가 진열되어 있다.


나중에 블로그 등에서 보면 이 대형 베이커리 까페에 다녀온 후기가 꽤나 많은 것을 알게되었다. 보통 크고 화려하고 첨단 업종의 매장들은 서울에 집중되어 있는데 이런 까페는 전국에 걸쳐 많이 있다는 점이 특이했다. 나는 혼자서 생각했다. 아, 한국은 이제 빵천지, 까페천국이 되었나보다...


그러다가 우연히 기사를 보고 알게되었다. 갑자기 대형 베이커리 까페가 많아진 속사정을. 고액 자산가들이 자녀에게 자산을 물려주면서 가업승계제도를 활용하여 절세를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작년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가업 상속 공제는 본래 한 분야에서 오랜기간 종사해온 사람들에게 세제 혜택을 주기 위한 제도인데, 이를 부의 대물림 수단으로 악용하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하는 문제제기가 있었다고 한다.(임광현 의원)


커피 전문점은 아무리 오래된 가게라고 하더라도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정때문에 부득이하게 애궂은 '빵'이 동원된 셈인가. '떡'을 이기고 '빵'이 득세한 것을 넘어 명실공히 '빵 권하는 사회'가 된 배경은 입맛이 서구화되어서라거나 하는 구시대적인 이유가 아니었다.


만약 앞으로 세제법안이 개편된다면, 그 많은 대형 베이커리 까페들이 사라지게 될까. 더는 '빵사람'도 '떡사람'도 아닌 입장에서 그것이 조금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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