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말고 '존버교'

이외수 작가의 쾌유를 빌며

by 대륙의 변방

요즘 라디오를 틀면 하루에도 몇 번씩 저스틴 트리도 총리가 단호하고도 간절하게 호소해.

'Go home...stay home...'이라고.

나도 오늘 'stay home' 할 수밖에 없는 하루를 시작했지.

그러다가 언제나처럼 한국의 일간지를 훑다가 단신 하나가 내 눈에 띄었어.


존버교. 작가 이외수씨가 뇌출혈로 병원에 입원해서 수술받았다는 소식안에 들어있는 내용이야.

아들래미에게 들은적 있는 '나게 틴다'? 뭐 이런게 아니던데?

“존경하기 때문에 버틴다”는 의미를 담아 문화운동단체를 맹글었다는거야. 마음을 나누며 어려움을 함께 이겨나가자는 취지의.

종교가 아니기에 가르칠 교(敎)가 아닌 사귈 교(交)를 쓴 존버교.

창시자인 그의 설명이 더 필요하긴 해. 무엇을 존경하기 때문에? 라는건지.


그런데 생뚱맞게도 그의 아내가 떠올랐어. 그들을 인터뷰한 기사마다 안빠지는 내용이 딱 그거였잖아.

남편을 존경한다...

그걸 읽으며 나는 혼자서 멋대로 그녀의 심정을 덧붙이곤 했지. 그러기에 버티는거구나...

세간에 알려진 내용으로는 그녀는 개인비서처럼, 엄마처럼, 그의 손발이 되어주며 한평생 살다가 최근 그 커플은 '졸혼'을 했다지? 당연히 당사자들에게 직접 들은 얘긴 아니야. 흐흐

남편을 존경하는 아내...사실 부부가 서로 그래야 마땅하지만 솔직히 흔하진 않을거잖아.

자신만의 삶을 살아보고 싶어서 홀로서기를 결심했는데 글쎄 존경하는 남편이 이혼은 동의를 안해줘서 졸혼을한거라매? 그러면서도 또 여전히 남편을 존경한대. 음...뭐 그럴 수 있다고 봐.


다 좋아. 근데 말이야. 한평생 아내에게 의지해서 일상을 꾸려왔던 남편은 그런 아내가 괘씸해서 돈을 안주고 돈 떨어지면 들어오겠지 한다는거야. 그래서 아내는 아는 이들로부터 생활자금을 조금씩 조달해서 지내고 있다는거지. 아, 그건 좀 아니지 않아? 난 졸혼이 당췌 무슨 뜻인지 정확히 모르겠고 그 컨셉에 썩 개운치 않은 입장이지만, 모르긴 해도 말야, '대등한 가운데 따로 또같이' 뭐 그래야 하는거 아니냐고. 그런데 부부로 살면서 경제활동을 주로 담당했던 쪽이 아닌쪽에게 그것을 칼자루처럼 쥐고서 굴복을 기대한다? 그건 명백히 'financial abuse' 라고.


어쨌거나, 아파서 입원치료중인 작가에게 시비걸자는 건 아니야. 걍 떠오른 생각을 주절주절 해봤을뿐. 혼자서 떠는 수다잖아 흐흐.

사실 그가 가진, 세상과 삶을 향한 균형잡힌 통찰력, 총명함이 돋보이는 작가적 재능, 그리고 날 뻑가게 하는 '촌철살인'의 유쾌함은 흔치 않지. 나또한 존경한다고.

모쪼록 아무 후유증 없이 쾌차하시길 비는 마음이야.

아 참, 그의 아내에게도 마음의 평온을 빌어.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코로나 시대에 더 빛날 O형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