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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리진 Sep 01. 2023

스타벅스와 블루보틀, 그리고 팀홀튼

싸구려 커피에서부터 럭셔리 커피까지 


장기하의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를 듣는다.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 


노래가 재밌다고 느끼며 찾아보니 장기하는 군대에서 마신 믹스커피를 두고 이 곡을 만들었다고 나와있다. 

믹스커피를 말하니 얼마전 내가 가졌던 의문이 떠오른다. 지난번 대통령 부부가 프랑스인가에서 열린 엑스포 유치 행사에 갔을 때 영부인이 주최한 홍보자리에서 믹스커피를 대접했다는 이야기. 내 의문이란 믹스커피가 혹시 우리가 요즘 무엇에나 갖다붙이기 좋아하는 'K-커피'였나? 하는 것. 그렇다면 K-커피가 된 배경이 무엇이지? 설탕 크림을 넣어 마시는 방식이? 아님 그걸 배합한 인스턴트 가루를 긴 비닐봉지에 개별포장한 것이? 뮤지션에 영감을 준 '싸구려 커피'에 왜 '힙 코리아'의 정서를 담아 자랑했는지 암만 생각해도 모르겠다. 


그런데 요즘에도 그 '싸구려 커피'가 인기있는지는 의문이다. 한국인의 크나큰 커피사랑은 실제 길에 나가서 봐도 한눈에 알 수 있고 인터넷 등에서 커피에 관한 글이나 기사들에서도 느낄 수 있다. 단지 커피집 개수가 많고 브랜드가 다양한 것 이외에도 커피에 관한 전문적인 기호를 가진 이들이 적지않은 것 같으니까. 산지에 따른 커피 콩의 종류, 그것을 볶는 방식, 내리는 방식 등에 따른 미세한 맛과 향의 차이를 설파한 글들을 접하면 그 넓고 깊은 커피의 세계에 놀라게 된다. 그러니 여전히 '싸구려' 믹스 커피의 매출은 줄지 않았을지라도 주종은 아니라는 것쯤은 말할 수 있겠다. 


몇 년 전에 내 관심을 끌었던 것은 블루보틀이었다. 이것은 장기하의 '싸구려 커피'의 정반대에 위치한 '럭서리 커피'가 아니었나 싶다. 사실 나는 하루에 커피 몇 잔이 넘으면 건강에 해로운지를 가끔 검색하곤 하는 사람이다. 커피 많이 마신다는 뜻이다. 내 관심은 그 커피를 마셔보고 싶은 데서 오는 것이 아니고 그 현상에 대한 것이었다. 블루보틀이 서울에 첫 호를 개점했을 당시 몇 시간을 줄서서 입장했다는 기사들에 이어 인터넷에서 자주 눈에 띄는 '블루보틀 체험수기'들은 내 흥미를 끌었다. 나는 지금껏 블루보틀의 커피를 마셔보지 못했는데, 일단 이곳 캐나다에서 매장을 구경도 못해봤다. 미국에서 멀지않은 나름 국제적인 대도시 토론토에조차 블루보틀은 상륙하지 않았기 때문에. 


스타벅스는 내가 한국에 살았던 10년 전에도 보편적-매장이 많았다는 뜻이다-이며 인기있는 커피집이었다. 우연히 온라인으로 연분을 만난다는, 지금에 보면 거의 시대물에 가까워보이는 '유브갓메일'이란 영화에서 주인공 남자는 스타벅스를 가리켜 이렇게 말한다. 


"스타벅스같은 장소의 목적은 결정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 단 한 잔의 커피를 사기 위해 여섯가지 결정을 하게 하는 데 있다. 작은 거, 큰 거, 연한거, 진한거, 카페인, 디카페인, 저지방, 무지방 등등. 그래서 자기가 뭘하고 있는지 또는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2.95달러를 주고 커피 한 잔을 사는 것뿐 아니라 완전히 자기존재를 규정하게 해준다." 


한국인의 지대한 커피 사랑 및 열정은 이제 세계에 소문이 자자한 모양이다. 최근 캐나다의 브랜드 '팀 홀튼'이 올 해 한국시장에 진출한다는 소식이다. 팀홀튼은 캐나다의 '국민카페'같은 존재로 두루 사랑받는다. 일단 만만하다. 무시하는 것이 아니고 그냥 생활의 느낌이랄까. 폼생폼사와는 거리가 멀고 소셜미디어에 사진 찍어올릴 대상이 절대 '못'되며, 나의 남달리 격조높고 전문적인 취향을 내보일만 하지 않다는 점에서. 다시 말하면, 편안하고 익숙하고 예측가능하고 늘 그곳에 있는 것. 어디 멀리 여행에서 돌아와 팀 홀튼의 붉은 간판이 눈에 띄면 아 돌아왔구나를 느끼게 해주는 곳. 그런 곳이다. 


한국에서 스타벅스 애호가였던 나는 이곳 캐나다에 와서는 늘 팀홀튼을 이용하고 있다. 순전히 주관적으로 다소 억지스럽게 정의를 내리자면 이렇다. 


팀홀튼은 일상이고 스타벅스는 럭셔리다. 


고급지향의 한국인들은 그럴지도 모르겠다. '에게~ 스타벅스가 럭셔리라고? 팀 홀튼 알만하네~' 그냥 이미지와 정서가 그렇다는 이야기다. 팀홀튼에 가면 그냥 사람들이 늘 많고 대화를 하는 사람들이 많은반면, 스타벅스엔 각자 핸드폰이나 노트북 앞에 놓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나는 느꼈다. 물론 가격대도 스타벅스쪽이 좀 높다. 


팀홀튼도 물론 품질관리에 신경을 써 커피 내린지 20분 경과하면 무조건 버리고 새로 만들어야 하는 등의 규정이 있다고 들었다. 그래서 슬로건으로 내세운 건 바로 신선함.  

팀홀튼이 과연 커피 종목의 각축장과도 같은 한국 시장에서 어떤 자리매김을 하게 될지 자못 궁금하다. 이곳에서처럼 (좋은 의미로) '만만한' 이미지로 성공할 수 있을까. 현지화를 해야한다면 그것은 필시 럭셔리화일텐데 그것은 팀홀튼을 팀홀튼이 아니게 만드는 일이 아닐까 생각하는바, 팀홀튼 12년차는 그것이 몹시 알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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