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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리진 Oct 19. 2022

마약 영화는 이제 그만

언젠가 브런치의 어느 글 제목에서 '마약김밥'이란 표현을 보고 꽤 궁금해했던 기억이 있다. 그 이후 여기 저기 상당히 많이 눈에 띄었고 그게 ‘마약처럼 중독될 만큼 맛있다’는 의미로 붙이는 표현이라는 것까지 알고나서는 더는 놀랍지 않고 그런가보다 했었다. 그런데 인터넷 신문을 읽다가 이제는 음식앞에 '마약'이란 표현을 붙이지 못하도록 법안을 발의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어린이나 청소년이 마약을 기호식품처럼 여길 수 있다는 취지라고 했다. 


나는 기사를 훑어보다가 마약 관련 기사가 나오면 꼭 클릭해서 읽어보곤 했다. 마약 어쩌고 하면 그건 딴세상 이야기였기 때문에. 마약은 영화같은 데에 소재로 등장하거나 내 소싯적인 '쌍팔년도'에도 마약을 빗댄 농담 표현이 존재했었다. 이른바, '뽕 맞았냐?'따위의. '뽕'이란 히로뽕을 일컫는 말로 그냥 '그런게 있기는 있다더라' 정도로 희화화된 말뿐인 그런 것이었다. 


최근 몸속에 마약을 채운 '보디패커'가 그것이 뱃속에서 터지는 바람에 죽었노라는 기사와 함께 그의 뱃속 사진을 볼 땐 탄식마저 나왔다. 아, 인간의 몸을 저렇게 활용하다니... 마약 때문에! 연예인 누구가 한번도 아니고 두번도 아니고 세번째 적발이 되었는데 형이 2년 6개월이라는 기사에도 그렇게 몇 번씩이나 걸릴 정도로 일상인 사람도 있나보다 했다. 이젠 한국이 '마약 청정국'이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자마자 검찰총장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는 소식에 '아, 정말인가보구나' 할 정도로 내겐 여전히 '마약'은 딴세상 이야기같다.  


주말이 되면 나는 거의 매주 한국영화를 즐긴다. 그러다가 최근 '마약 영화'를 끊기로 결심했다. 이때 마약영화란 마약처럼 중독될만큼 재밌다는 의미의 표현이 아니라 마약을 다룬 영화를 뜻한다. 사실 그 전 우리 주변에는 없는, 그저 딴세상 이야기일 때도 보고나면 공허하기도 했었다. 한때 조폭이나 마약 이야기면 안보겠다고 선언했지만 그러자니 참 궁했다. 조폭 또는 마약 소재, 사실 대개는 조폭이 마약을 다루니 그 둘이 한번에 나오는게 보통인 영화가 참 많이도 만들어지니까. '친구'에서 마약에 찌들어 금단 증상을 보인 유오성의 연기, '베테랑'에서 재벌3세의 집단 마약 환각 파티 등 인상적으로 남아있는 장면들이 많다. 


몇 년 전 영화 '마약왕'을 보고나서도 찝찝한 여운이 오래갔던 기억이 있는데, 지난 주말 '사생결단'을 보다가 중간에 보기를 중단했다. 연기파 배우들의 '리얼'한 연기도 떠나려 하는 내 마음을 붙들지 못했다. 어쩌면 그 '리얼'이 문제인지 모른다. 딴세상 이야기일 당시는 호기심이 작용할 수 있겠는데 이젠 정말 '리얼'이 된 세상에서 그들의 탁월한 연기는 내게 심한 피로감을 주었다. 조폭이나 그들을 상대한 경찰들의 '리얼'하게 내뱉는 거친 언사나 욕들도 더는 통쾌하게 재밌지 않고 싫증과 피로감만 가중시켰다. 


앞으로 생각이 변할지 모르지만 한동안은 '마약 영화'는 이제 그만 볼 생각이다. 혹시라도 천연 마약(?)의 '아편전쟁'을 세계사적(조폭세계말고) 관점에서 다룬 잘 만들어진 시대극 하나 나온다면 그건 볼 용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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