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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리진 May 19. 2023

간호사의 이름은 간호사  

간호법 결렬 규탄 준법 투쟁을 지지하며 

지난 5월12일은 국제 간호사의 날이었다. 이 날은 간호사의 상징이자 대명사로 모르는 이 없는 이름,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의 생일이라고 한다. 내가 일하는 이곳 캐나다에서는 그 날을 끼어 5월8일부터 14일까지 전국 간호사 주간(National Nursing Week)을 두고 있다. 어릴 때 개교기념일이면 학교 안가는 날이었는데 간호사의 날에 간호사가 쉬느냐 하면, 그건 절대 아니다. 있을 수 없는 일. 그렇다. 간호사는 24시간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다. 누가 됐든 '간호사'라는 이름으로. 간호사의 이름은 간호사.

(이는 최근 읽은 은희경 작가의 소설집 '장미의 이름은 장미'를 흉내낸 것이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너무나 허술한 강자들의 반대논리 

그런데 나의 고국, 대한민국에서는 이 간호사의 날을 즈음하여 대통령이 참 서운한 일을 감행하시었다는 소식이다. 먼 타국에서 초짜 널스로 일하는 나야 속속들이 알지는 못해도 얼핏 들어도 이해가 안가는 현실을 인터넷 신문으로 접하던 터였다. 앞으로 고령화 사회가 점점 진행되면서 가정에서 노인성 질병을 예방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의 간호법 제정이 '함께'(?) 일하는 의사들의, 단독개원의 우려를 이유로 반대에 부딪히다니. 그토록 권위적인 존재들이라면 자신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니까 오히려 자부심과 우월감으로라도 철저하게 자신들이 해야할 것이 아닌가. 어떻게 PA라는 괴상한 존재를 유령처럼 두어 암암리에 의료행위를 하게 할 수가 있는지.  


이런 의사들의 주장에 편드는 정치인들은 '간호법'이 있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고 항변하는 것을 보았다. 그렇기에 '간호법'은 집단 이기주의라는 논리로.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지만 각 직종별로 그 직무를 규제 관리 감독하는 기구는 있는 것으로 안다. 거기에서 해당 직종의 업무 영역과 수행 기준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그것에 부합되지 않을 경우 재교육을 비롯해 제재는 물론 법적인 대응, 그리고 면허 박탈까지 행사할 수 있는 존재가 이들이다. 이 기구는 의사 직종에도 물론 있다. 한국에서도 당연히 없을 리가 없을텐데 왜 이런 무질서와 불법이 가능한 것일까. 


한국사회의 3대요소, 이 안에도 있었네  

나는 이번에 '간호사'를 둘러싼 이슈에서 한국사회를 지탱하는 '삼발이'를 예외없이 보고있다. 돈, 관행, 그리고 갑질. 내가 띄엄띄엄 접한 기사들에 의하면 영리를 추구하는 병원측에서 필요한만큼 의사 인력을 고용하지 않아 의사 부족으로 생겨난 현상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 구멍을 안드러나게 '싼 값'에 간호사로 떼우고 문제 생기면 나몰라라 하는 관행의 배경은 돈이었던 것. 전세계 어디에 이런 데가 또 있을까 싶다. 적어도 우리가 툭하면 거들먹거리는 OECD국가중에서 말이다. 


그런가하면 '백의의 천사'집단의 내부에도 갑질은 있는 모양이다. 이민을 와서 생각지도 않게 타국에서 간호사일로 밥벌이를 하고있는 나는 한국의 환경을 겪지않아 소위 '태움'이란 말에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다. 대관절 그것이 무엇인고. 최근 그것에 대해 다룬 '인플루엔자'라는 영화가 나와 '불법'의 경로로라도 보고자 했지만 결국 유투브에 있는 조각 영상만으로 만족해야 했는데, 내가 보기엔 그또한 갑질외엔 아무것도 아니었다. 


생명을 다루기에 실수를 용납할 수 없는탓에 소위 '군기'를 잡아야 한다는 논리인데, 글쎄 과연 효과는 있을까. 한국에서 간호사로 일하다 캐나다에 온 이에게 직접 들은 적이 있다. 정말로 간호사들끼리 임신 순번을 정해 이것을 어기면 서로 따지고 다툰다는 웃지못할 이야기. 예전 히트쳤던 유명 대학교수의 유행어가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이게~~ 뭡니까~~."  

전세계 어디에서나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것은 일부에서 행해지는 직장내 괴롭힘에 불과하다고 본다. 생명을 다루는 것과 아무 관계가 없다는 뜻이다. 


'registered job', 즉 면허를 취득한 후 일하는 직종은 'self-regulation'를 인정받는 직종이다. 다시말해 규정된 업무의 영역과 일정 수준의 직무 수행을 스스로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된다. 제도와 규정외에 따로 내부에서 '갈굼'으로 '성장을 도모'한다는 비인격적인 문화는 이제 사라져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태움'의 배경엔 간호사 외적인 업무가 떠맡겨지는 관행의 풍토에서 어떻게든 유지해나가려다 생긴 부작용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이번에 들었다.  


간호사가 드라마 주인공이 되지 못하는 이유 

의학 드라마는 어디서나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있는 인기 장르이다. 그 안의 간호사의 존재는 미미한 정도가 아니고 거의 배경인듯 싶다. 언젠가 캐나다에서 제목이 'nurses'인 드라마가 방영된 적이 있었다. 별로 롱런하지 못했는데 솔직히 재미가 별로였다. 왜일까. 내 나름의 분석인즉슨, 간호사는 주인공으로 등장해 결코 멋있을 수가 없는 직종이다! 국정원의 구호처럼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도 아니고, 음지에서 일하고 음지에 묻히는 존재인 것이다. 이건 결코 자조의 소리가 아니다. 세상엔 그런 일들이 있는 것이고 그것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이 간호사라고 생각한다. 


이번 간호법 통과에 대통령이 뒷통수를 치며 거부권을 행사해서 간호사들이 거리로 나섰다는 소식을 들었다. 전면 파업이 아니고 이제까지 암암리에 해오던 불법인 일들, 간호사의 일이 아닌 일들을 안하겠다고 투쟁한다는. 이에 정부에서는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넌센스중의 넌센스를 보았다. 불법을 폭로하며 그것을 안하겠다는데 그에 대한 법적 대응의 법적 근거는 무엇일까 정말 궁금하다.  


그들의 준법투쟁을 지구 반대편에서 일개 늙은 초짜 널스가 열렬히 지지하는 바이다. 이로써 미미하나마 간호사의 국제적인 연대가 성립되었도다. 하하하  이 작은 연대의 힘으로 이번 간호법 쟁취 투쟁은 마침내 성공하리라. 투쟁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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