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 유난히 덥고 습한 날들이 이어지고, 비는 시도 때도 없이 예측할 수 없게 내린다.
한 달 전부터 손꼽아 기다리던 주말여행은 결국 비 때문에 취소되었고, 그 대신 가보려던 대형 워터파크 계획도 함께 무산되었다.
그래도 아이가 수영장을 너무 원해서 근교에 규모가 조금 작은 워터파크에 꼭 가기로 한 주말이었다.
다가온 주말 아침, 남편이 아이와 대화를 나누다 말고 조심스럽게 나를 깨웠다.
"사실 내가 어제 자리에 앉다가 허리를 삐끗했어. 자기 걱정할까 봐 바로 말 안 하고 오늘 아침까지 지켜봤는데, 수영장은 무리일 것 같아."
이미 아이와 한차례 얘기해 보고 너무 속상해하는 것 같아 일찌감치 자고 있는 나를 깨워 실토를 했다.
잠이 덜 깬 나는 순간적으로 짜증이 났다.
"아니 무슨 앉다가 허리를 삐끗해?? xx이 너무 기대했을 텐데 어떡하면 좋아."
아니나 다를까 아이는 서러운 눈물을 뚝뚝 흘렸다. 엉엉 울고 있는 아이를 안으며 고민에 빠졌다.
'이미 일어난 일이라면... 남편이 아픈 건 어쩔 수 없고, 아이가 너무 기대했던 날이니까 혼자라도 데려가 볼까? 이참에 데이트한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좋지 않을까?'
아이가 일곱 살이 될 때까지, 수영장에 단둘이 가본 적 없는 나였다. 그래서 이 결심은 내게 작은 모험이자 큰 도전이었다.
그리고 그 도전은 결국 나에게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아침부터 오픈런을 해서 워터파크가 폐장하기 직전까지 하루 종일 놀고, 연계되어 있는 찜질방까지 다녀오고 난 뒤에 우리는 나란히 침대에 누워 꿀잠을 잤다.
아빠가 없으니 아이는 오히려 엄마의 말을 더 잘 따라주었고, 손을 잡고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으며 두 눈을 마주 보고 내내 웃을 수 있었다.
엄마와 둘이 수영장에 다녀온 이야기가 아이의 그림일기장을 빼곡히 채워 주었고, 튜브를 타다 남은 팔의 근육통과 함께 며칠 동안 우리의 감정은 오롯이 그곳에 머물러 있었다.
만약 아빠의 통증을 이유로 일정을 포기하고, 울고 있는 아이를 달래며 남편에게 짜증을 쏟고 하루 종일 기분 나쁜 채로 흘려보냈다면 우리는 이 특별한 하루를 절대 경험하지 못했을 것이다.
당황스러운 마음과 부정적인 감정을 잠시 내려놓고, 용기 내어 긍정적인 선택을 해본 결과는 내가 상상한 것보다 훨씬 따뜻하게 돌아왔다.
‘긍정의 힘’ — 누구나 알고 있지만, 쉽게 실천하지 못하는 그것.
나는 그 힘을 다시 한번, 깊이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