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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Aug 23. 2020

잘하지 않아도 됩니다

솜사탕처럼 달콤한 나의 두려움

 “아기 가지셨어요! 축하드립니다.”


예기치 않은 임신을 하게 됐다. 언젠가 이 사람의 아기를 낳아 예쁘게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그래서 결혼을 결심했지만, 이렇게 쉽게, 그리고 빠르게 임신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내 안에 생명이 있다니. 괜히 울컥했다. 역시 이런 순간에 제일 먼저 생각나는 건 엄마다. 눈물 머금은 목소리로 엄마와 통화를 하고 난 후에야 생각났다. 우리, 결혼식을 아직 안했다. 결혼 준비. 빨리 해치워야 한다. 그렇게 결혼식은 그 때부터 나에게 큰 짐이자 숙제가 되었다.




올 가을로 계획을 잡고 식장을 알아보고 있었지만,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그보다 더 빨라야 한다. 빨리 해치워야 하는 레이스처럼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대충 하고 싶지 않았다. 생애 한 번 있는 결혼식. 그동안 내가 꿈꿔왔던 결혼식처럼, 최대한 잘하고 싶고, 완벽하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생각.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그 완벽하게 잘 하고 싶은 마음이 내 발목을 잡았다. 그 마음이 ‘내 생각대로 잘 되지 않으면 어떡하지?’하는 걱정과 불안을 몰고 온 것이다. 그래서인지 직감은 흐려졌고, 불안은 커졌다. 플래너와 연락하는 것도, 식장을 알아보는 것도 속도가 나지 않았다. 생각 대신 행동해야 하는데, 행동해야 하는 에너지를 생각이 모두 가져간 것이다. 이제는 정말 움직이지 않으면 안되는 위기의 순간이 되고 나서야 생각했다.                                               



‘그냥 하자.

완벽하게, 잘하지 않아도 되니,
그냥 하는 거야.

하는 게 중요한 거야.’



신기하게 그렇게 마음 먹고나서 속도가 났다. 해야할 일들을 리스트업하고, 연락하고, 알아보고, 일정을 잡고, 모든 게 빨라졌다. 잘 해야한다는 마음이 오히려 마음을 무겁게 하고, 행동을 방해한다는 것을 결혼식을 준비하며 한번 더 알게 됐다.



나는 그동안 얼마나 나 자신에게 완벽하게, 잘해야한다고 얘기해왔던가. 잘 해야한다는 생각 때문에 망설이고, 오히려 하지 못했던 일들이 얼마나 많았나. 막상 하면 별 게 아닌데, 스스로 묶은 그 생각의 밧줄 때문에 뛰어들지 못하고 스스로를 자책하고 작게 만들었던 일들은 얼마나 많았나. 나는 그게 잘하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 모든 게 내가 나 스스로를 괴롭힌 것이었다.


잘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나는 항상 내가 자격이 있는지, 그 일에 정말 확신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잘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냥 하는 것이었다. 물에 뛰어들어 발을 담그고, 그 흐름을 즐기며 하나씩 해나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었다.


잘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즐기는 것이고, 모든 즐김은 생각이 아니라 행동에 있다는 것을 잠시 잊고 있었다. 생각의 힘을 빼고 가볍게 즐기는 것. 순간 순간 최선을 다해 즐기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결혼식 또한 마찬가지였다. 잘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그 순간부터, 식장부터 드레스까지 내 생각보다 훨씬 쉽게 마음에 드는 곳을 찾을 수 있었고, 준비 과정은 물 흐르듯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흐름을 잘 타는 비결은 결국 마음에 있었다. 잘하려 하지 말고, 그냥 즐겁게 하자. 오늘도 나 자신에게 되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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