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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Sep 19. 2020

랩도 명상이 되나요

나의 스타일을 만들어 가는 즐거움 

명상이든 뭐든, 남의 틀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나의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그 과정에
즐거움이 있다는 것.

나만의 체험으로, 그 체험이 주는 느낌으로,
나의 삶을 만들어가는 것이 진정한 멋이라는 것을 말이다. 




“혹시 명상하세요?”

“그럼요. 엄청 좋아하죠! 시간 날 때마다 자주 해요.”


오키나와에서 돌아온 첫 주. 마치 신나는 판타지 영화 속을 누비다 온 것 마냥 신이 났다. 진짜 나를 만나고 세상에 다시 돌아온 기분이었다. 그렇게 구름을 타고 붕붕 뜨는 기분을 만끽하던 어느 날. 구글의 엔지니어 한 분과 점심을 먹게 됐다.  


구글에는 닌자 런치라는 제도가 있다. 시스템에 원하는 시간과 요일을 등록해 놓으면, 랜덤으로 회사 내 동료 누군가와 점심 약속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나는 대부분 엔지니어들과 점심을 했다. 클라우드라는 회사의 신규 사업, 기술직이 아닌 파트너 세일즈 팀. 그래서인지 언제나 엔지니어들은 내가 하는 일, 내가 속해 있는 팀에 큰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이 날은 달랐다. 오키나와로 명상 여행을 다녀온 직후인지, 대화가 다른 데로 튀었다. 


명상을 하는 엔지니어. 독서와 사색을 좋아하는 엔지니어라니. 그것도 전에 창업을 했고, 또 앞으로 창업을 하려고 퇴사를 준비 중이라는 점이 나와 비슷했다. 구글에서 주는 맛있는 점심 뷔페와 디저트, 커피까지 먹으며 우리는 관심사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여행 후에 이렇게 좋은 인연을 만나다니! 우연의 일치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기뻤다. 특히 좋았던 점은, 회사 내에서 이렇게 명상에 대해 누군가와 길게 얘기 나눈 적이 처음이었다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얘기를, 마음껏 할 수 있는 자유로운 시간과 공간. 그것 만으로도 그 날 점심은 나에게 큰 축복이었다.



내가 명상을 처음 시작한 건, 2018년. 친구의 추천으로 한남동에 있는 명상 센터에 함께 다니면서부터다. 단순한 호기심에 시작한 수업이었지만, 첫 날부터 마음 속에서 환한 불꽃놀이를 하는 것처럼 마냥 좋았다. 명상을 하는 시간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 그리고 명상 중간 중간 이어지는 강연이 좋았다. 우연히 한 입 먹어봤는데, ‘와, 이거 진짜 완전 내 스타일이야!’하는 느낌. 그런 소울푸드를 만난 것처럼 정말 좋았다. 명상 수업을 마치고 한남동 근처에서 친구와 둘이 저녁을 하며, 수업 내용에 대해 나눈 시간들은, 지금 생각해도 정말 달콤했다. 


회사를 다니면서부터 일주일에 한 번 수업에 참여하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대부분 빠지지 않고 들었다. 일주일의 피로를 풀어주는 나만의 이벤트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매일을 쳇바퀴 도는 듯한 느낌이 드는 회사원이라면, 삶에 그런 이벤트 하나쯤은 꼭 필요하다. 그게 바로 나에게는 명상 수업이었다. 강남의 북적거리는 빌딩 숲에서, 한남동으로 장소를 옮기면, 내 마음도 덩달아 차분하고 조용해지는 것 같았다. 




구글에서 일 하면서부터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 20~30분 앱을 들으며 혼자 명상을 했다. 아침을 차분하게 나만의 루틴으로 시작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일이 늘어나며 피곤이 쌓여가고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쉽지 않아질 때쯤, 매일 명상을 하고 느낀 점을 함께 나누는 모임에 가입했다. 그리고 아침 출근 길, 버스 안에서 명상을 했다. 좋아하는 ‘고등래퍼’에 나오는 랩을 들으며 명상을 하기도 했는데, 모임 주최자 분께 ‘이런 음악을 들으며 명상을 해도 되는지’ 묻기도 했다. 친절하게 그 분은 ‘명상이란 어떤 틀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방식으로 즐기면 되는 것’이라는 답을 주었다. 그리고 나는 알게 됐다. 명상이든 뭐든, 남의 틀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나의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그 과정에 즐거움이 있다는 것. 나만의 체험으로, 그 체험이 주는 느낌으로, 나의 삶을 만들어가는 것이 진정한 멋이라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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