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탈 건강 필수템

이선경, 잘하고 있어!

by SUN

‘부장님, 인사이드 세일즈 이선경 대리입니다. 오늘 제 업무상 실수로 부장님께 심려를 끼쳐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더 공부하고, 더욱 집중해서 일하겠습니다. 좋은 주말 되세요. 감사합니다.’


‘이 대리, 지금도 잘하고 있어. 사람이 때로 그런 실수를 할 수도 있지. 너무 주눅들지 말고 앞으로도 파이팅해’


나는 마이크로소프트 세일즈 팀에서 일했다. 세일즈 팀의 생명은 매출이다. 숫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월말, 분기말의 매출은, 세일즈 팀 전체는 물론, 세일즈 한 명 한 명에게 매우 중요하다. 나는 필드에서 일하는 필드 세일즈 매니저와 함께 팀을 이루어 일하는 인사이드 세일즈로 일했다. 약 200개의 중소기업 IT 담당자와 컨택하며 세일즈 기회를 발굴하고, 효과적인 세일즈 전략을 실행하여 각 세일즈 단계를 높임으로써 최종적으로 매출을 발생시키는 역할이다. 또한 세일즈 전략을 위해, 고객사별 매출 히스토리나 제품별 매출 등을 분석하는 일도 함께 진행했다.




한 분기의 매출을 마무리하는 어느 날, 한 고객사가 제품을 구매했으나, 매출이 시스템에 잡히지 않았다. 필드 세일즈 매니저로부터 수시로 시스템을 확인하고 숫자를 찾으라는 독촉 전화와 메일이 쏟아졌다. 그만큼 중요한 숫자였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숫자는 잡히지 않았다. 그렇게 오후 내내 혼자 끙끙대며 시스템과 씨름하던 그 때, 당시 나의 매니저였던 부장님의 도움으로, 퇴근 직전 숫자를 찾을 수 있었다. 정말 다행이었다.


하루 종일 독촉에 시달린 탓에 그 날 퇴근 후, 자리에 주저 앉을 정도로 다리에 힘이 풀렸고, 진이 빠졌다. 여러 가지 생각이 나를 괴롭혔다.



‘왜 나는 그 숫자를 찾지 못했지?
아직도 시스템을 다 익히지 못한 건가?
난 왜 이렇게 일을 못하지?
왜 이렇게 실수만 하지?
내가 이 일을 하는데 부족한가?’

잉크 한 방울이 물 전체를 물들이는 것처럼, 하나의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내 마음 전체를뒤덮었고, 순식간에 마음은 검은 색으로 물들었다. 결국 나는 스스로에게 일을 못하는 사람. 내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사람. 팀에 피해를 주는 사람이라는 낙인을 찍고 나서야 생각은 나를 놓아주었다.


생각은 놓아졌지만, 기분은 엉망이었다. 그 기분에서 빨리 벗어나고, 힘을 되찾고 싶었다. 실수를 한 것은 맞지만, 다운된 기분에 오래 머무를수록 앞으로 일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 때, 나에게 구세주가 되어준 것이 바로 ‘감사’였다. 매일 감사일기를 쓰는 덕분에, 감사는 나에게 일상이자 오랜 습관이었다. 언제든 내가 손을 내밀면, 나의 손을 친절하게 잡아주는 따뜻한 친구가 감사였다. 나는 이 일을 감사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이 일에 감사의 힘을 불어넣어 나에게 힘을 주는 에피소드로 만들어 보기로 했다.


‘오늘 일로, 일할 때 더욱 집중하고, 무엇보다 작은 업무도 많이 연습해서 실수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겠다고 다짐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나의 실수를 알고 도와주신 부장님께 정말 감사합니다. 실수는 언제든 할 수 있지만, 실수가 주는 교훈은 절대 잊지 않고, 교훈을 디딤돌 삼아 더욱 성장해야겠다고 마음먹을 수 있어 감사합니다. 이렇게 한 걸음 성장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마음이 따뜻해졌다. 예전의 나, 진짜 나를 다시 찾은 느낌. 나와 다시 연결된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날 밤, 용기를 내어 함께 일하는 부장님께 문자를 보냈다. 답장을 보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 내가 나에게 꼭 해주고 싶었던 말. 그 말이 그 문자에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이선경, 잘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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