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 감사 시스템
“부장님, 전 스타벅스요!”
“그래, 이 대리가 스타벅스 제일 좋아하지? 이 대리 때문에라도 거기로 가자”
내가 일했던 마이크로소프트 근처에는 스타벅스가 있다. 가끔 우리 팀은, 회사가 아닌 외부에서 팀 미팅을 자유롭게 진행했다. 딱딱한 형식에서 탈피하여 조금 더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고자 하는 매니저의 의도였다. 맛있는 라떼와 블루베리 치즈 케이크. 스타벅스 특유의 기분 좋은 음악과 함께 하는 미팅은 그야말로 꿀이었다.
나는 스타벅스 커피를 참 좋아한다. 특히 추운 겨울 날, 따뜻한 헤이즐넛 라떼 거품이 처음 입에 닿는 그 포근한 순간을 참 좋아한다. 온 몸을 녹여주는 따뜻한 커피 향. 그 향만큼 세상에 달콤한 게 없다. 내게는 세상에서 가장 감사한 순간이 스타벅스 커피를 마실 때다. 이렇게 크게 감사할 수 있는 이유에는, 스타벅스 커피를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또 한 가지 큰 이유가 있다. 바로 창업에 실패한 나의 과거 때문이다.
창업에 실패하고 회사 입사를 준비할 무렵, 내 통장에는 스타벅스 커피 한 잔 마실 잔고가 남아있지 않았다. 커피 한 잔이 얼마나 귀하고 감사한 것이었는지 뼈저리게 깨달았던 때가 바로 그때였다. 그 때는 스타벅스 카드에 잔고가 넉넉해서,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먹고 싶은 커피를 마음껏 고르는 것이 간절한 꿈이었다.
그 때 그 간절했던 바람 때문인지, 나는 지금도 스타벅스에 가서 커피를 고를 때면, 항상 감사한 마음이 든다. 마치 자동 감사 시스템 같다. 그 때 그렇게 간절히 바랬던, 커피 한 잔을 지금 이렇게 쉽게 마실 수 있다는 것이 기적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이렇게 마음껏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것 자체에 신의 따뜻한 사랑을 느낀다.
돈에 대해 생각할 때, 기준 점을 다른 사람 혹은 미래의 목표가 아닌, 나의 과거에 두면, 나의 풍요는 극대화된다. 5000만원의 빚이 있었던 그 때와 지금의 나를 비교하면, 나는 지금 재벌이다. 그래서 나는 가끔 나의 과거로 다시 돌아간다. 지금의 풍요를 느끼기 위해서. 지금의 풍요를 귀하게 여기고, 더욱 소중히 느껴주기 위해서. 지금의 풍요를 더 깊게 느끼고, 나에게 다가올 풍요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나는 나의 실패가 내 삶의 가장 큰 축복임을 안다. 언제든 과거로 돌아가면, 지금의 나는 풍요를 충만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를 어떻게 지금의 내가 활용할 것인가는 온전히 나의 선택에 달렸다. 그리고 나는 나의 과거를 풍요를 끌어당기기 위한 지렛대로 삼기로 결정했다.
힘들었던 그 때의 기억이 이렇게 예쁜 선물로 다가오는 이런 순간이 나는 참 행복하다. 삶에서 느끼는 모든 순간들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내가 힘들게 느끼는 지금 이 순간은, 언젠가 미래의 나에게 축복이 될 수 있는 순간이다. 그래서 비록 지금은 힘들지라도, 그 감정도, 그 경험도 모두 소중하게 느낄 수 있다. 삶의 모든 경험을 이렇듯 아껴줄 수 있어 참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