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다음 날 최고로 보내는 법
나는 독서를 좋아한다. 책의 내용에 공감하는 독서도 좋지만, 그 뜻을 한 번에 알 수 없어 책의 내용을 계속 생각하게 하는 독서도 좋아한다. 그런 책을 읽으며 내용을 곱씹고 이해하려 노력하는 순간들이 참 좋다.
마이크로소프트를 그만 두기 일주일 전, 팀 내 다른 여성 엔지니어와 회사 건물 지하에서 점심을 먹었다. 버거비.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가게 중 하나다. 회사에 다니면서, 전에 몰랐던 맛집을 알게 되는 것도 쏠쏠한 재미였는데, 버거비는 그런 재미를 준 곳이다. 회사 일에 지칠 때 버거비에서 세트 메뉴를 시켜 미팅룸에서 신나게 먹으며 나를 달래 주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곳 버거는 나에게 따뜻한 힐링이었다.
퇴사를 일주일 앞 둔 어느 날, 그녀와의 대화. 그녀는 나에게 회사를 그만두면, 무엇을 제일 먼저 하고 싶은지 물었다. 그리고 내가 무엇을 가장 좋아하는지도 물었다. 두 질문에 대한 내 대답은 정확히 일치했다.
“책을 마음껏 읽을 거예요. 요즘 정말 재밌게 읽고 있는 책이 있는데, 퇴근하고 나서만 읽으니까 책 내용이 자꾸 끊겨서 좀 그렇더라구요. 회사 그만 두면, 우선 그 책부터 좀 실컷 읽고 싶어요. 질릴 때까지 읽고, 그 다음에 뭐할지 좀 생각해 보려고요.”
“책을 정말 좋아하시나 봐요!”
“책을 좋아하기보다는, 그 책이 정말 좋아요. 한 번에 이해가 잘 안되니까, 일하면서도 자꾸 생각나고… 생각하다 보면, 어느 순간 아, 이게 이런 뜻이구나! 딱 와 닿을 때가 있는데, 그 순간이 진짜 너무 좋아요. 짜릿하다고나 할까. 그 내용을 제가 삶에서 적용할 때도 너무 신나고요. 회사 그만두고 시간이 많아지면, 그런 순간을 더 많이 만들고 싶어요!”
마이크로소프트를 그만 둔 다음 날, 나는 개인 룸 하나를 빌려, 정말 밥 먹는 시간 빼고는 그 책만 읽었다. 책 하나가 이렇게 사람에게 행복을 줄 수 있다니!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니 숨쉬는 공기 자체가 달라진 느낌이었다. 평생하고 싶은 나만의 놀이. 나는 그걸 하고 있었다.
그리고 3년 만에, 나는 다시 그 책을 꺼내 들었다. 이번에는 좀더 자세히 필사도 하면서 책을 만났다. 다시 만난 그 책은, 역시 나에게 최고의 시간을 선물해 주었다.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책의 한 구절 한 구절이 주옥 같았다. 필사를 하며 책을 읽으니, 구절 하나 하나를 더 잘게 쪼개, 더욱 깊게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만큼 더 쉽게 기억되어, 삶에 적용하는 것이 쉬워졌다.
오늘도 나는 온라인 독서모임을 통해 달콤한 아침 독서를 했다. 매일 매일 하는 감미로운 독서를 통해 나는 오늘도 조금 성장했다. 그 조금의 성장이 모여, 어느 순간 돌아보면, 절대 믿기지 않을 큰 삶의 변화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안다. 오늘 내가 뿌린 씨앗이, 큰 열매가 되어 나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성실하고 부지런하게 나의 삶을 가꾸고 있다.
책을 통해 꾸준히 물을 준 내 삶이라는 꽃은, 활짝 피어날 아름다운 날을 준비하고 있다. 그 설렘만큼 나에게 행복한 것은 없다. 활짝 핀 그 날보다 어쩌면 그 날을 맞이할 기쁨에 설레는 오늘이 더 행복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