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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Oct 23. 2020

남다른 따스함

질 수 없는 게임 

나와 여동생에게는 둘 만의 아지트가 있다. 바로 속초 바닷가. 더 자세히는 속초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속초 라마다 호텔이다. 둘 중 한 명이 바다가 보고 싶을 때마다 우리는 이 곳을 찾는다. 꼭 바다가 보이는 오션 뷰로 예약해서 간다. 호텔 창가에서 바다 풍경을 보며 먹는 초밥과 맥주는 정말 꿀맛이다. 우리 둘은 그렇게 자연을 보며 함께 힐링한다. 


작년 5월 말, 우리는 또 함께 속초에 다녀왔다. 동생이 잠깐 밖에 산책하러 간 사이, 나는 바다를 바라보며 혼자 조용히 명상을 했다. 일이 많아져 정신없이 돌아가는 회사. 그 중에 전 남자친구와 헤어졌던 기억까지 더해져 당시 나는 많이 지쳐 있었다. 명상이든, 요가든 자연과 함께 하면 배가 된다는 것을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경험했기에, 그 순간은 나에게 명상하기 딱 좋은 시간이었다.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조용히 앉아 눈을 감고 파도 소리를 들어보았다. 조용하게 그리고 고요히. 침묵 안에서 나 자신과 마주했다. 그 동안 내가 얼마나 이 조용한 여유를 원했는지 감사를 느꼈다. 침묵 안에서 더 없는 풍요를 느꼈다. 그러자 마치 따뜻한 엄마 품처럼 자연은 나를 기쁘게 맞아주었다. 마치 나의 모든 피로를 알고 있다는 듯 따뜻하게 나를 위로해 주었다. 


“애쓰지마, 선경아.
지금도 잘하고 있어.
지금도 충분해.
지금까지도 정말 충분했어.” 



그렇게 바다는 내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다.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길, 나는 그 한번의 명상으로 무거웠던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물먹은 솜처럼 무겁고 축 처져 있던 마음이, 뽀송뽀송 한 솜처럼 가벼워졌다. 지금까지 충분히 잘해왔다는, 더 애쓸 것 없다는 그 말 한마디가 어떻게 이렇게 나의 마음을 가볍게 할 수 있을까. 지금 생각해도 참 신기한 일이다. 




나는 자연이 참 좋다. 자연을 산책하거나, 새 소리를 들으며 요가를 하거나, 파도 소리를 들으며 명상을 하는 것도 참 좋다. 자연은 그 자체로 아름답고 따뜻하다. 피로했던 마음을 자연은 깨끗이 씻어준다. 어지러운 마음 안에서 헤매고 있을 때, 어지럽기 전 진짜 내가 누구였는지, 자연은 다시 기억하게 한다. 


마치 내가 정말 얻고 싶어 간절한 마음으로 애쓰고 있는 그것이, 이미 처음부터 내 것이었음을 알려주는 것 같다. 절대 질 수 없는 게임에, 아무것도 모른 채 이기려고 혼자 기를 쓰고 있는 어리석고 귀여운 나를, 자연은 언제나 따뜻한 마음으로 위로해준다. 그리고 진실을 명확히 알려준다. 항상 한결같다. 그래서 나는 자연이 정말 좋다.


자연 같은 사람. 자연스러운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따뜻함과 위로와 진실을 주는 사람. 한결 같은 사람. 자연과 함께 하는 명상처럼, 고요와 평화, 감사와 풍요가 매 순간 함께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자연처럼, 나 또한 나 자신을, 그리고 사람들을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애씀 없이 자연스럽게, 진짜 나 자신을 마음껏 표현하며 자유롭게, 삶이라는 선물을 마음껏 즐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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