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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Oct 30. 2020

이거 한번 맛보세요

살아가는 진짜 재미 

“와, 제가 정말 이 정도로 찌질한 지 몰랐어요.
진짜 하면 할수록 내가 별 것 아니구나 알게 돼요.

근데 이상한 게..
이걸 알게 되면 예전에는 나한테 되게 실망하고
내가 싫어질 것 같았는데…

별로 그렇지가 않아요.
이상하게 내가 점점 더 좋아져요.”



마음 공부를 하며, 나는 나를 많이 들여다보았다. 제3자의 입장에서 나라는 인간을 자세히 들여다본 것이다. 특히 나의 발목을 잡고 있는 나의 과거를 많이 보았다. ‘나의 결핍’ ‘나의 인정 욕구’로 제목 붙일 수 있는 이 과정에서, 나는 내가 얼마나 작고 연약한 존재인지 알게 되었다. 남 보기에 꽤 괜찮고 그럴듯한 사람인 줄 알았던 내가, 이렇게 상처도 많고 어린 아이처럼 약한 존재인지 알게 되었을 때, 처음에는 당황했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들여다볼수록, 나를 더 많이 알고 싶어졌다. 나를 들여다보지 않고는 한 발짝도 절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나의 간절함이 힘을 주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당황스럽고 조심스럽던 그 과정은 시간이 갈수록 재미있어졌다. 나에 대해 알면 알수록, 나 자신을 더욱 건강하게 사랑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모든 포장과 환상이 벗겨진 진짜 나를 마주하자, 나는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어졌다. 그리고 다그치기만 했던 나 자신에게 미안해졌다. 내 생각만큼 강하고 단단한 내가 아니어도, 아이처럼 잘 화내고 잘 우는 나라도 괜찮았다. 생각 속 막연한 환상이 아니라, 현실에 밭 붙고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진짜 나 자신을 사랑하게 된 것이다. 



어린 시절, 맞벌이로 바빴던 엄마와 나는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 감정을 교류하고 함께 놀이를 할 여유가 없었던 탓에, 나는 아직도 공감이나 따뜻함을 갈망하는 어린 아이를 내 안에 지니고 있다. 가끔 공감 받지 못하거나 이해 받지 못할 때, 갑자기 혼자임을 느낄 때, 나는 많이 힘들어한다. 예전에는 그런 나를 이해하지 못했고, 이렇게 쉽게 작아지는 나를 많이 책망했다. 가뜩이나 힘든 아이한테 계속 화만 냈으니, 그 아이는 아마 더욱 외로웠을 것이다. 


하지만 나를 깊게 들여다보고 알게 된 후로, 나는 변했다. 내 삶에 그 아이가 다시 나타날 때마다, 나는 그 아이를 따뜻하게 안아준다. 내가 아무리 애써도 그 아이를 외면할 수 없다는 것. 그 아이와 나는 평생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평생 함께 가야 한다면, 친구가 되어야겠다. 두 손 꼭 잡고 잘 지내야겠다’고 마음먹은 이후로, 나는 더 이상 그 아이에게 화를 내지 않는다. 최대한 친절하고 따뜻하게 그 아이를 다룬다. 그럼 그 아이도 울음을 멈추고 찬찬히 다시 일어날 힘을 내준다. 그렇게 우리는 이제 좋은 파트너로 살아가고 있다. 




나의 과거를 알아야 하는 이유는, 그 과정을 통해 나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를 이해하면, 나에 대한 관점이 변화한다. 관점이 변화하면, 나를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다. 나 뿐 아니라, 나의 모든 삶을 안아줄 수 있다. 그리고 그 때부터 나의 진정한 변화가 시작된다. 


과거를 들여다봄으로써 미래의 내가 변화하는 기적. 그 달콤함을 맛볼 수 있다. 하늘을 나는 새와 같은 푸르른 자유를 맛볼 수 있다. 그리고 바로 그 맛이 인생을 사는 진짜 재미라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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