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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산책

밤 산책_조해주

by 하나부터
[밤 산책]_조해주

저쪽으로 가 볼까

그는 이쪽을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얇게 포 뜬 빛이
이마에 한 점 붙어 있다

이파리를

서로의 이마에 번갈아 붙여 가며
나와 그는 나무 아래를 걸어간다




우리의 밤 산책은 주로 깊은 밤 시작된다.

“치킨 먹을래?”라는 말과 함께.


배가 고프지 않은 날도 있지만,

키가 큰 나무 밑을 걸어가는 그 길이 좋아서,

서로의 이마를 마주 보며 걷는 그 시간이 귀해서.


“저쪽으로 가 볼까?” 묻는 목소리가 평소보다 달떴다.

이마에 딱 붙은 달빛 한 조각 때문일까,

너의 얼굴이 빛난다.


우리는 이파리에 몸을 숨겼다 드러냈다 하며 상큼상큼 밤산책을 한다.

사는 내내 이렇게 함께 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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