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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욕꼬질이들 Jun 10. 2020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연애의 실패들에서 얻은 교훈들


야구를 무척이나 좋아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신발을 유심히 보던 그에게 액세서리의 중요성을 배웠고,


이정재를 닮았던 클럽에서 만난 오빠는 클럽에서 만난 사람과 사랑을 꿈꾸는 것이 사막에서 모래에 물을 주며 꽃이 피기를 기다리는 것과 비슷하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물론 이정재를 무척이나 좋아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항상 밝고 활기차고 기쁘고 자신감이 넘치던 그는 자존감 높은 사람과의 안정적인 연애가 어떤 것인지를 알려주었고,


늘 자책하고 우울해하며 슬퍼하던 사람과의 연애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남을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해 주었다. 그리고 자존감 높던 남자와 만날 적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분노조절이 어렵고 폭력성이 있던 남자는 앞으로 내가 피해야 할 남자들의 특징들을 가르쳐주었다.(지금 생각해보면 제일 고마운 사람들 중에 하나다.)


열렬히 사랑한 만큼 사랑이 끝을 알렸을 때 열렬히 상처 받고 열렬히 슬퍼하며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깊은 터널로 들어간다.


하지만 터널에도 끝이 있듯, 어느 날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더 이상 과거의 그 시점으로 돌아가 자책하지 않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그때는 기분이 묘하다.


다시 혼자.


다시 둘.


다시 혼자.


다시 둘.


다시 혼자.


내 짧은 기억력은 이를 반복할 수 있는 용기를 준다. 한 번도 사랑하지 않은 것처럼 사랑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시간과 깨달음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나와 함께 인생을 걸어간다.


그래서 정말 어디서나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들이지만 몇 가지 더 깨달은 점을 적어보자면,


연애를 동정심으로 시작해서는 안 된다.


사랑에 지나치게 서둘러 빠지는 사람은 의심해 보는 것이 좋다.


진실하지 않은 사람에게 진실한 책임과 대가는 모두 나에게 있다.


외로워서 찾은 연애는 결국 나를 더욱 외롭게 만드는 지름길이다.


혼자서 충분히 행복할 수 있을 때 함께 있어도 행복할 수 있다.


우리는 익숙한 것에 끌리기 때문에 계속 비슷한 종류의 사람들을 만나게 되어있다. 인간의 뇌는 무언가 익숙하지 않은 것은 틀렸다고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고 적절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은 연인 관계뿐 아니라 인간관계에서 매우 중요하다.


주고받는 것이 비슷한 관계가 좋다. 내가 일방적으로 주기만 하는 것은 나에게 주고 싶어 하는 그의 욕구를 꺾어버리는 것과 같다.


한편 나에게 기쁨을 줄 필요를 느끼지 않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은 ‘내가 평생 함께 가야 할 나’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그 사람과 나와의 관계는 딱 거기까지 인 것이다. 다만 나에게 기쁨을 주고 싶을 수 있도록 내가 스스로 여유를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관계는 쥐려 하면 할수록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알과도 같다. 아무리 노력해도 괴로워지기만 한다면 그건 진즉 안 맞는 관계일 확률이 높다.

서로가 너무 달라서 헤어진 것이고 사람들은 모두 다르며 각자의 요구 또한 다양하다. 우리는 서로 너무 달랐을 뿐이다. 괜찮다.



마지막으로,


내가 좋은 사람이 되어야 좋은 사람을 만난다.


연애는 내가 가는 길에 누군가와 우연히 만나 잠시 함께 동행을 하는 과정과도 같다.

함께 가다가 안 맞는 부분이 너무 많거나 서로를 힘들게 하면 각자 가던 길을 가는 거고, 계속 오래 같이 가고 싶으면 적당한 페이스로 함께 밀어주고 끌어주면 된다.


연애의 실패는 실패가 아니다.


좋은 기억과 사랑을 마음 깊은 곳에 품고 사는

나는 오늘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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