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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욕꼬질이들 Jul 23. 2020

불안이라는 괴물에 대처하는 자세

'다행히도 죽지 않았습니다' 백만인의 서평단 서평 이벤트


좋은 감정을 가지고 만나던 친구에게 본인이 사회 공포증이 있어 치료를 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를 만나기 전까지는 사회 공포증이 정확히 무엇인지 몰랐다.


대인 공포증, 대인 기피증이라고도 부르는 사회 공포증은 불안 장애의 일종인데 영어로는 Social Anxiety Disorder(일명 SAD)라고 한다.

줄임말이 슬프게도  '슬픔'이다.

줄임말만큼 그들에게는 슬픔이 많다.


사회 공포 혹은 불안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우울증이나 공황장애를 겪을 확률이 일반인에 비해 상당히 높다.


나도 재수를 할 때 높은 아파트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여기서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 하거나,

미국에 가기 직전에는 횡단보도에서 쌩쌩 지나가는 차들을 보며 '여기 뛰어들면 어떻게 될까’ 하고 죽을 용기는 없어도 끔찍한 생각들을 종종 하고는 했다.


두세 번 정도 공황이 찾아왔을 땐, 세상 두려운 것 없다고 큰소리 떵떵 치던 내가 이러다 미쳐버릴지도 모르겠다는 극도의 공포감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그 누군가 '나를 죽이지 않을 정도의 고통은 나를 그만큼 강하게 한다'라고 했던가.


그런 일들이 있은 뒤에 나는 그동안 내가 또 나를 충분히 사랑해주지 못했다는 점을 깨달았고,

다시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고,

나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주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그 결과 나는 예전보다

혼자 있어도 조금 더 행복해졌고,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도 조금 더 밝아졌고,

더 적극적으로 행동하니 일이 조금씩 많아지고 있고,

그렇게 예전의 독립적이고 행복하고 씩씩한 나로 돌아가고 있다.


실은 그 와중에도 우연히 알게 되어 호감을 가지고 몇 번 데이트를 한 사람들이 두어 명 있었는데,

한 명은 만날 때마다 본인의 몸에서 냄새가 나는 것 같다며 자신의 옷에서 나는 냄새를 수시로 체크했고,

다른 하나는 강남역 같이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자신의 손을 어디다 두어야 할지 모르겠을 정도의 공포가 있어서 그런 곳에 가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고 했다.


홀아비 냄새가 날까 봐 두려워하거나,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하는 것.

어디선가 들어봤을 법한 일이기도 한데,

전 남자 친구가 생각이 났다.


그 친구는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자신의 얼굴이 빨개진다고 느꼈고,

자신의 몸에서 냄새가 난다고 생각했고,

사람이 많은 곳에 있으면 말수가 급격히 적어졌고

대체로 스스로에게 매우 가혹했고,

자기 자신을 부끄러워했고,

술을 진탕 마셔야 즐겁게 이야기를 했다.


그 친구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가볍게 듣고 넘겼을 법한 그들의 말이 왠지 마음에 깊이 남았다.


이하는 사회 공포증 혹은 불안 장애를 겪는 사람들을 진단하는 기준이라고 한다.


전 남자 친구는 나와 갈등이 극심한 상황이나 혹은 매우 친밀해지는 것을 꺼렸다.

그가 왜 그러는지 당시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그가 살기 위해 나를, 혹은 부담스러운 나의 사랑을 피했던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반면 나도 남의 눈치를 많이보고, 사람들 사이에서 긴장하고, 누구에게나 잘 보여야 한다는 강박감 같은 것이 있다.

웬만하면 정직하게 살고 거짓말을 하려면 차라리 말을 하지 말자는 신조가 생기기 전까지, 무서운 사람 앞에서는 나도 모르게 거짓말이 튀어나오기도 했다.

앞에서는 싫은 소리 한마디 못하면서 뒤에서 쏟아내는 나름대로 마음이 여린(?) 사람들의 특징인 뒷담화도 즐겨했다. (데이트 한 남자분들이나 전 남친의 뒷담화도 지금 하고 있는 건가 싶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 친구를 만났나 싶기도 하지만,

뭐 어쩌겠나. 이게 나인걸.

그래도 예전의 내 모습보다는 점점 나아지고 있는걸.





1. 내 감정을 똑바로 얘기하고

2. 아닌 것은 아니라 표현하고

3. 부정적 감정의 원인을 찾고

4. 상대방도 완벽한 사람이 아님을 알고 이해해주기


이 책에서 가장 감명 깊은 장면이었다.



나를 사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생각하는 지금

내가 가장 열성을 쏟고 있는 일은

공교롭게도 남을 사랑하는 일이다.


내가 택한 직업이긴 하지만,

사람의 장점을 찾고 매력을 발견해 주는 일을

하는 요즘 나는 점점 바빠지고 있다.


그리고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들이

스스로에게 가혹한 모습을 보면

예전의 내가 생각나

그저 말없이 꼬옥 안아주고 싶다.


전남친도

나도

이해가 된다.


나도 너무 힘들었는데,

너도 너무 힘들었겠구나.

그래서 그랬구나.


그러면서도 마지막까지

내 걱정을 해준 그 사람에게 고맙다.

나는 마지막까지 그 사람 탓을 했는데 말이다.


너의 앞 날에 이젠 마음 아픈 일 말고

행복한 일만 가득하기를.

다신 도망가지 않아도 될 만큼

죽도록 다른 누군가와 사랑하고

그때의 너를 사랑하던 나만큼

행복감을 심장 가득 느껴보길 바란다.






참조 사이트: 허그맘


결국은 자존감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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