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셀프 모니터링 (4) 원어민의 모국어 말하기 습관

# 나의 한국어 사투리 # 내용 # 논리적 요소

by 은수빈

말하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갖고 있던 여러 가지 습관들을 점검하고 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내용과 표현을 짚어봅니다. 문장을 구사하는 모습이나 즐겨 쓰는 표현을 관찰하다 보면 저마다 각자의 사투리가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같은 한국어를 쓰더라도 그 사람만의 고유한 말투가 있어요. 개성을 유지하면서도 내용 전달을 더 잘하기 위해 고치고 다듬을 부분은 없는지 확인해 보는 시간 가져봅니다.






많이 발견되는 습관은 다음과 같습니다.


문장의 길이가 너무 짧다.

간결함을 넘어서 지나치게 짧으면 흐름이 이어지지 않아요. 자칫 '합니다, 습니다, 입니다'만 들리게 됩니다


문장의 길이가 너무 길다.

이와 반대로 마르셀 프루스트의 문장 같은 만연체를 그대로 화법에 가져오면 한 번에 너무 많은 정보가 들어오기 때문에 듣는 사람이 계속 집중하기 어려울 수 있어요.


단어를 계속 덧붙이면서 길어진다.

그런데 자신도 말을 끝내고 싶지만 마무리하는 요령을 몰라서 한 문장의 길이가 계속 길어지기도 합니다. '입니다' 한 마디면 되는데 여기 도착하기까지의 여정이 길고 긴 경우가 있어요.


여러 문장을 붙여서 계속 이어가는 스타일이다.

'입니다'로 마무리하지 않고, '이렇고요, 저렇고요' 하면서 계속 문장을 붙여서 이어가는 습관도 있어요.


말을 끝낸 후 습관적으로 접속사를 붙인다.

'합니다, 그래서', '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말하고 쉬면서 다음 할 말을 생각하는 습관이 있어요. 문장을 끝내면 누가 그만 말하라고 할까 봐 영어로 치면 접속사를 붙여서 다음 발언권을 확보해 놓고 시간을 버는 일종의 전략인가 봅니다.


말을 잘하는 것 같은데 막상 들어보면 내용이 없다.

버벅거리지 않고, 자신감 있는 태도에, 문장의 길이도 꽤 길지만 마무리가 깔끔합니다. 말을 잘하는 것 같아요. 스스로도 말을 잘한다고 느낄 거예요. 그런데 무슨 말을 한 건지 내용이 없어요. 자기주장 없이 모호하고 원론적인 단어들로 문장을 때우는 습관입니다.


비문을 많이 쓴다.

이런 사람들의 말을 잘 들어보면 문법적으로 맞지 않을 때가 많아요. 내용도 논리도 없이 그저 단어만 배열하는 겁니다. 밝은 얼굴과 좋은 목소리 톤에 넘어갈 뻔하지만 10분 이상 듣다 보면 누구나 깨닫습니다. 저 사람이 하는 행위는 소리를 내는 것일 뿐 언어를 구사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의도는 알겠으나 잘못 전달한다.

앞뒤 흐름을 봤을 때 무슨 말을 하려는지는 알겠는데 적절하지 않은 표현을 써서 오해를 사기도 해요. 단어나 표현 같은 어휘력이 부족해서 그래요. 상대방에게 고마워해야 하는 순간에 "네 덕분에"를 "너 때문에"로 쓰면 어색하죠.


어수선하게 들린다.

좋은 내용인데 '말을 잘 못해서' 제대로 전달이 안 되기도 합니다.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어떻게 말로 표현해야 하는지 정리가 안 되어 있거나, 말로 나오기까지의 타임래그가 길어서 그렇기도 하고 다양한 이유가 있어요.


부정적인 표현을 많이 쓴다.

이중 부정은 강한 긍정을 이긴 한데 이것도 한두 번이지 습관적으로 부정적인 표현을 쓰면 좋지 않습니다. (부정적인 표현은 이를 설명하는 것에조차 부정적인 표현을 쓰게 만드네요.) 듣는 사람의 마음도 부정적으로 바뀌게 돼요. '절대로 지각하지 않겠습니다'보다는 '시간을 잘 지키겠습니다'가 좋아요.


확신이 없는 표현을 많이 쓴다.

'이럴 것 같아요, 저럴 것 같아요'는 말 전반에 걸쳐 정말 자주 쓰는 표현인데, 발표에서는 권하지 않습니다. 확신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에요. '이렇습니다, 저렇습니다'와 같이 정확하게 말하는 게 좋습니다. 다음 문장을 비교해 보세요.


"작년에 매출을 3,000억 원 정도 달성한 것 같습니다."

"작년에 달성한 매출은 3,000억 원을 조금 넘습니다."


그런데, 확신할 수 없는 경우를 말해야 하는 때도 있죠. 내년 예상 매출은 지금 알 수 없으니까요.


"내년 매출은 3,500억 원 정도 될 것 같습니다."

"내년 매출은 3,500억 원 가까이 예상합니다."


이미 확정된 사실에 대해 말할 때는 확신, 책임감, 준비성이 없어 보이는 '같아요'는 쓰지 않도록 합니다.





지금까지 자신의 발표를 스스로 모니터링할 때 어떤 점을 보면 좋은지 <바디랭귀지, 목소리, 내용>으로 나누어 각각 살펴봤습니다. 이 세 가지는 동시에 일어나는 과정이므로 이제는 통합해서 점검하면서 마무리하면 되는데요,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다음 시간에 다시 이어가겠습니다.


낯설고, 어색하고, 보고 싶지 않고, 때로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어려운 과정입니다. 에너지 소모가 많은 일이에요. 거기에 냉정한 잣대로 개선할 점을 찾고 받아들인다는 것도 대단한 일입니다. 하던 대로 해도 큰 문제없고, 혹은 발표 자체를 안 하면 그만이지 하고 얼마든지 넘어갈 수 있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관심 갖고 조금이라도 더 나아질 방법이 없을까 궁금해하고 노력하는 모습, 아름답습니다. 분명히 좋은 결과로 여러분에게 돌아갈 거예요. 힘내세요. 언제나 응원하는 제가 있음을 기억하세요.


keyword
이전 14화셀프 모니터링 (3) 말 점검 & 패치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