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고 나니 말하기가 조심스럽다 # 청각적 요소 # 목소리
자신의 영상을 보면서 받은 낯선 느낌과 충격, 부끄러움에서 이제 좀 벗어나셨나요. 생각보다 참 잘하는걸, 괜찮네, 하면서 자신감이 생겼을 수도 있어요. 두 가지 경우 모두 괜찮습니다. 고칠 점이 많다면 지금부터 개선하면 되니까 걱정할 게 없고, 잘하고 있다면 앞으로 더 잘하면 되니까요.
오늘은 청각적인 요소, 목소리를 점검해 봅니다.
시각적 요소를 모니터링할 때 무음으로 하고 눈으로 들어오는 정보에만 집중했듯이 목소리도 그렇게 합니다. 이번에는 화면을 내리고, 소리만 크게 해서 듣습니다.
발음
받침에 'ㄴ, ㅁ, ㅇ'이 올 때 대충 아무거나 발음한다. ('건강'은 '겅강', '한국'은 '항국')
이중모음을 제대로 발음하지 않는다. ('최고'는 '채고', '회의'는 '해이', '권리'는 '건리', '기관'은 '기간')
외국인이 받아쓰기를 한다면 제대로 할 수 없을 만큼 부정확하다.
발성
목소리가 너무 작다. 입 안에서 웅얼거린다. 말을 하면서 먹는다. (내가 하는 말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목소리가 너무 크다. 시끄러워서 듣기 싫다. 중요한 부분을 말할 때는 악을 쓰기도 한다. (듣는 사람이 스트레스받는다.)
목소리가 커졌다가 작아졌다가 한다. (내용을 잘 알거나 연습을 많이 한 부분은 크게 읽고, 잘 모르고 자신 없는 부분은 작게 대충 읽는다.)
호흡
말을 쉼 없이 너무 길게 한다. (스스로 말을 잘한다고 여길 수도 있지만 전달력은 낮다.)
자주 끊는다. 띄어쓰기 구간마다 끊는다. (흐름이 연결되지 않으니 내용 전달이 안 된다.)
아무 데서나 끊는다.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신다."로 말한다.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겠다.)
속도가 너무 빠르다. (듣는 사람에게 잘 전달하기보다는, 내가 어서 말하고 해치우는 게 중요하다.)
속도가 너무 느리다. ('전달'해야 한다는 목적이 없다. 내용을 몰라서 그렇다.)
속도가 빠르다가 느리다가 왔다 갔다 한다. (잘 아는 부분은 빨리 말하고, 내용을 모르면 느려진다.)
좋지 않은 습관
'어, 아, 에, 그러니까, 뭐냐면, 저기, 그거를 갖다가, 이제'가 문장의 내용보다 많다.
한 번 틀리면 그 단어를 제대로 발음할 때까지 계속 반복한다. ("외청창쌀, 외철! 외!철!찰!쌍! 외청!찰!쌀! 외!철!창!살!")
말할 때마다 목을 다듬고, 기침을 한다. ("저는, 큼!, 오늘 발표를 할 건데요, 큼큼! 말씀드릴 내용은, 큼!"
말하면서 한숨을 쉰다.
말할 때 이상한 어조, 말투, 일명 '조(쪼)'가 있다. 사투리는 아닌데 이상한 리듬을 넣거나 듣기 불편한 억양을 갖고 있다.
말할 때 쩝쩝거린다. (특히 마이크 사용할 때 이러면 듣는 사람이 힘들다.)
침을 자주 삼키지 않아 말할 때 부글거리는 소리가 난다.
말을 쉴 때마다 티 나게 꿀떡하고 침을 삼킨다. (유치원 애들 같다.)
읽고 보니 많이 심란하시죠. 스피치는 목소리로 전하는 것이기에 다른 요소보다 냉정한 잣대를 들었습니다. 발음, 발성, 호흡은 앞쪽의 트레이닝 내용과 거의 같으니 다시 한번 상기하는 기회가 되었을 거예요.
목소리를 모니터링할 때 '발음, 발성, 호흡'이 잘 되고 있는지에 더하여 중요하게 체크해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사소하지만 좋지 않은 습관'입니다. 말의 내용과 직접적으로 연관은 없지만 반드시 점검해야 합니다. 아무리 내용이 좋고 목소리의 톤이 안정적이어도 비록 사소하게 보이지만 좋지 않은 습관들은 안타깝게도 '말의 품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그동안 살면서 의사소통하고, 일하고, 대인 관계하는데 별 탈 없이 잘 지냈는데, 몇 가지 습관 좀 있다고 큰일 날 거 없지 할 수 있어요. 맞아요. 그럴 수도 있어요.
지금 여기까지 글을 읽으신 분이라면 발표, 말하기, 스피치에 대한 개선에의 의지와 열정과 관심이 대단한 분들이라고 생각해요. 안 그러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거예요. 스스로에게 아쉽고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있기에 시작하셨을 거라는 것도 압니다.
여기서 미루면 이번 생에서 영원히 안 하게 될 수도 있어요. 우리 모두 너무 바쁘잖아요. 다른 더 중요한 일들도 많고요. 그러니 이렇게 기회가 닿았을 때 좋은 인연으로 잘 익혀두기를 바라는 마음이 정말 큽니다.
'이런 게 있구나, 나도 고쳐야 하는데' 하고 넘어가면 전혀 개선되지 않습니다.
'이런 걸 고쳐야겠구나' 하고 노력하시면 어느 정도는 개선된 상태로 유지되다가 결국은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그런데 좋은 않은 습관을 인지한 순간, '내가 지금껏 모르고 살았던 것처럼 아직도 알지 못하는 좋지 않은 습관이 10배, 20배는 훨씬 많겠구나' 하며 위기의식을 느끼면서 습관을 완전히 없애고 새롭게 세팅한다는 마음으로 노력하면, 그때부터 서서히 좋은 변화가 찾아옵니다.
내가 가진 의견, 정보, 아이디어를 다른 사람들에게 멋지게 전하고, 큰 프로젝트로 발전시켜서 좋은 변화를 가져온다면 얼마나 큰 성취감과 충족감이 마음을 가득 채울까요. 그렇게 하기 위한 수단으로써의 말하기, 발표가 스트레스나 장애물이 되어 결코 여러분의 앞길을 막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알고 보면 별것도 아닌데 말이죠.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조금만 더 힘내세요. 여러분의 찬란한 프레젠테이션, 발표, 말하기, 스피치를 저는 언제나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