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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빈 Feb 04. 2024

라붐, 유콜잇러브, 소피 마르소, 그리고...

#Reality #블라디미르 코스마 #영화음악

엔리오 모리꼬네, 존 윌리엄스가 없었다면 그동안 우리가 본 영화는 흑백 무성영화 시대의 연장이지 않았을까 싶다. 음악과 영화의 만남은 천생연분이다. OST가 영화의 상징이 되기도 하고, 영화 음악 자체만으로도 완성도 높은 작품이 된다. 그런 점에서 영화 음악의 두 거장이 우리에게 남긴 음악은 전기의 발명, 애플의 탄생과 함께 그 가치를 매길 수 없는 아름다운 인류의 유산이다. 


그런데 아주 익숙한 시리즈의 영화 음악을 만들어준 한 아저씨를 알게 된 건 최근의 일이다. 도입 몇 초 만에 마음을 온통 봄빛 설렘으로 물들이는 이 곡들을 그동안 어떻게 한 번도 궁금해하지 않았나 싶다. 존재만으로도 이미 충분하고 당연했기 때문일까. 폴더폰 시절 예쁜 벨 소리처럼 ‘딩동댕’하며 2초 만에 핑크빛 솜사탕이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Reality>, ‘칫칫칫칫’ 가볍게 울리는 박자에 심장 박동을 맞추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으면 이어지는 전자 키보드가 감성적인 판타지로 이끌며 사랑이라 부르는 세계로 문이 열리는 <You call it love>, 허밍으로 시작하는 <Your eyes>의 도입은 안드레아스 숄이 ‘보칼리제’를 불렀다면 이런 느낌일까 싶도록 환상적인 느낌마저 든다. 영화의 공통점은 지난 세기 많은 이들을 설레게 한 뮤즈, 소피 마르소가 출연한 영화라는 점이다. 그리고 루마니아 출신의 프랑스 영화 음악 작곡가인  블라디미르 코스마의 감성이 녹이든 음악이다. 



블라디미르 코스마를 접하게 된 건 <Reality>의 오케스트라 버전을 듣게 되면서였다. 전자 음악으로 들어도 촉촉하던 이 곡을 클래식으로 해석하니 예쁜 휴대폰 벨 소리가 겨울철 찬바람에 메말랐던 감성을 깨우며 마음속에 아름다운 바다가 펼쳐졌다. 작은 관악기가 종달새처럼 귓가에 속삭이다가, 이어 묵직한 관악기가 마음 깊은 곳에서 울리더니 현악기의 섬세한 선율이 모여 맑은 바람이 되어 시원하게 불어온다. 5월의 하늘과 푸른 바다가 떠오르는데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솜사탕은 하얀 구름이 되어 바람이 부는 대로 귀엽게 살랑인다. 오로지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마음이 벅차오르며 눈물이 맺힌다. 


https://www.youtube.com/watch?v=YxL5AbVeFF8


감정에 따라 흐르는 눈물의 농도가 다르다던데, 오늘 양쪽 눈에 맺힌 눈물 두 방울은 세상을 아름답게 굴절해서 보여주는 프리즘이다. 세상은 보고자 하는 대로 보인다. 가장 무서운 게 사람이기도 하고, 반면 사람만이 희망이기도 하다. 오늘 맺힌 눈물이 마르지 않도록 늘 촉촉하게 채우며 아름다운 것들만 보고 느끼며 살고 싶다. 


이토록 아름다운 음악을 우리에게 선물한 블라디미르 코스마, 여전히 감미로운 목소리로 Reality를 들려주는 리처드 샌더슨이 내 마음에서 봄을 재촉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ffJRk4vrB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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