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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빈 Feb 03. 2024

우아하고 아름답게 슬픔을 외치다

#All by myself #셀린느 디온 #Il divo #라흐마니노프

에릭 칼멘의 <All by myself>를 처음 듣게 된 것은 중학교 때다. 미성의 보이스로 나직하게 읊조리는 그의 목소리는 어딘가 김광석을 떠올리는 면이 있었다. “Don't wanna be all by myself anymore”을 외치는 클라이맥스에서도 애절한 목소리가 더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다음에 만난 셀린느 디온의 <All by myself>는 어떤 느낌인가.  팝의 거장이자 마이더스의 손, 데이비드 포스터의  다큐멘터리 <Off the record>에서 이 곡 작업을 할 당시, 그의 요구 사항을 완벽하게 소화한 셀린느 디온의 스토리를 듣자 리메이크 버전이 더욱 대단하게 느껴졌다. 더 이상 혼자이고 싶지 않다는 그녀의 폭발적인 절규는 아름다우면서도 우아했다. 셀린느 디온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tT2gVblzFvY


이 외침을 립싱크로 색다르게 소화한 다른 여인이 있으니 브리짓 존스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서 와인을 원샷하고 감정을 이입하며 워밍업을 하다가 분출하는 르네 젤위거의 <All by myself>는 웃프다. 그러나 호소력과 전달력은 최강인듯싶다. 



다시 이 곡의 아름다움을 섬세하게 느끼게 해 준 이들은 Il divo다. 섬세하면서도 웅장한 하모니는 역시 중창만이 가능한 해석이자 매력이다. 영어로만 듣다가 다른 언어로 듣는 이국적인 느낌도 색다르게 다가왔다. 클래식한 느낌도 들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bqcy1JOT0Zg


앞으로도 <All by myself>의 리메이크 버전은 여러 보컬들에 의해 다양하게 나올 것이다. 그러나 변치 않는 한 가지가 있다. 처음에 이 사실을 알았을 때 많이 놀라웠다. 라흐마니노프가 여기에 녹아있을 줄이야. 클래식을 대중음악에 접목한 최초의 경험은 신승훈의 <보이지 않는 사랑>이었다. 그러나 클래식의 영역과 가요의 영역이 명확하게 구분되기에 그저 흥미로운 시도로 여겼는데 <All by myself>에서는 어떤 부분이 교향곡에서 차용한 부분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이런 마음으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 2악장에서 <All by myself>를 발견했을 때의 반가움과 놀라움이란. 라흐마니노프가 이 곡을 만들 때 많은 고통을 겪고 있던 시절이었다고 하는데 그런 면에서 <All by myself>의 슬픈 절규와 호소가 어울리지 않나 싶다. 팝으로서 멜로디와 가사를 통해 전해지던 슬픔을 오늘은 조성진의 손을 빌어 라흐마니노프의 메시지로 들어보고 싶다. 얼마나 애절하고 섬세하면서도 강렬할지, 그리고 아름다울지, 설레는 마음으로 눈을 감는다. 이제, 시작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YviN1tuXbzc&t=635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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