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과 詩
2001년도 作
열여섯의 소녀가 무엇이 그리 힘들었냐고
물으면 입을 닫을 수밖에 없다.
불혹을 눈앞에 둔 지금, 안다.
내가 누군가를 붙잡고 혹은 누군가를 향해
무어라고 입을 열던 시절과
마음을 바치던 시절은
차라리 내가 어리고 젊었던 시절임을.
이 시는 부처님을 향해 쓴 시이다.
부처님은 아실 거 같았다.
뱃속에서부터 쉬지 않고 믿기지 않도록
지난한... 내 운명을.
헌데 어린 그때도 내 영혼은 알았던가 보다.
부질없이 무상(無常)한 사람을 붙잡고 하소연하느니
차라리 하늘에 대고, 바람에 대고, 달에 대고
토로함이
유의미함을
무해함을
유익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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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4월의 마지막 날 태어난 저의 어린 날의 시들입니다. 첫 시를 11살 즈음에 썼던 걸로 기억합니다. 제 인생 시의 80%는 한 대상을 중심으로 16세~17세에 쓰였습니다. 시상이 폭발하던 때였습니다. 쓰지 않고는 살 수 없고
견딜 수 없던 때였습니다.
어릴 적, 시를 쓴 노트를 도둑맞기도 하고 써놓은 글들을 살며 잃어버리기도 하고 소각하기도 하고 웹 상에서 지우기도 했던
그 글들에 대한 죄책감과 사죄의 마음을 늘 기억하며 삽니다. 그리고 동시에 내 영혼이 미천하고 남루하고 부끄러워 서랍 속에 감춰 둔 그 글들에게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