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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변만화 Nov 28. 2024

소녀, 쓰다; 들꽃

영혼과; 詩


들꽃    




내 머리맡에 들꽃 한 아름 꽂혀 있네

그 들꽃은 물을 많이 먹네

어찌나 갈증에 시달렸는지

그리곤 물이 바닥을 드러내어도

내게 물을 찾지 않네     

들꽃이라 그렇네     

누군가 이 녀석들을

들에서 혹은 바람 사이에서 데리고 왔기에

들꽃은 내가 주는

그리고 그들이 주었던 물에는 관심이 없네

그들이 주었던 물로는

이 들꽃의 목마름을 채워줄 수가 없네     

내게 이 들꽃 한 아름 속삭여 주네

우린 늘 숲 사이 청풍과

아찔한 새벽녘 이슬을 머금고

삶을 피고 지어왔다고

이 녀석들에겐 나의 값나가는 화병도 또한

그저 몸에 맞지 않는 옷 같다 씁쓸하게 전해오네

들꽃은 나의 나     

들꽃은 그 아련한 향기로 우릴 감동시키네

들꽃은 나의 나




이 시는 2002년도 가을 作일 거다.

나는 고1쯤의 여고생이었을 거고
부사동 달동네 언덕베기 작고 초라한 집이 떠오른다.
구비 구비 미로처럼 난 좁은 골목을 당연한 듯 나누며 살던
이 집, 저 집들도 떠오른다.
그때의 난 그 달동네를 좋아했었나 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린 친구들끼리도 달동네라는
생각이나 거부감도 없던 시절이었다.
2,3년쯤 살고 이사를 나왔지만
계절이 추워지기 전까진 아침마다 이슬을 받으며 산책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달동네 날망이에도 몇 번째 가을이 왔을 거고...
길가에, 뒷 산에 듬성듬성 피어나는
가을 구절초들을 보며 국화가 보고 싶었던 기억이 난다.
아... 작고 예쁜 국화...
아마 그렇게 마음에 속삭였었나 보다.
어느 날, 엄마와 마음이 통했는지 엄마가 외출해 들어오시는 길
예쁜 소국 小菊 한아름 사 오셨고
나는 그 꽃을 받아 들고 화병에 예쁘게 정성스레 꽂았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난 그다음부터 (절지화) 꽃을 사지 않았다.
절지화, 즉 꽃집에서 송이송이 파는 꽃.
지금도 나는 꽃이 탐나게 한 번씩 사고 싶거나
누군가에게 꽃을 선물하고 싶어 질 때면 망설인다.

그때의 난 엄마가 사 오신 소국小菊들이 시들어 가는 모습을 볼 수가 없었고,
그 소국 말도고 어머니가 나를 위해 꺾어다 내 머리맡에
꽂아두던 들꽃들이 시들어 가는 모습을 볼 때면 마음이 작고 깊게 아팠다.
꽃이란 보자마자 아름답고 예쁘고 향기로워서 자꾸만 보게 되는데도 말이다.

나는 그 꽃들이 다 시든다 하더라도 그것들을 쓰레기 통이나 한길에 버리지 못하고  
새벽이슬이나 노을빛을 받으며 시든 그것들을 소중하게 가슴에 안고
꼭 흙이 있는 곳에 내려놔 주어야만 마음이 편했다.

왔던 곳으로 돌아가라는 내 마음이 그것이었다......

.










少女, 쓰다.

영혼과; 詩



1986년 4월의 마지막 날 태어난 저의 어린 날의 시들입니다. 첫 시를 11살 즈음에 썼던 걸로 기억합니다. 제 인생 시의 80%는 한 대상을 중심으로 16세~17세에 쓰였습니다. 시상이 폭발하던 때였습니다. 쓰지 않고는 살 수 없고
견딜 수 없던 때였습니다.
어릴 적, 시를 쓴 노트를 도둑맞기도 하고 써놓은 글들을 살며 잃어버리기도 하고 소각하기도 하고 웹 상에서 지우기도 했던
그 글들에 대한 죄책감과 사죄의 마음을 늘 기억하며 삽니다. 그리고 동시에 내 영혼이 미천하고 남루하고 부끄러워 서랍 속에 감춰 둔 그 글들에게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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