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과; 詩
겨울이 왔다.
그래도 눈 닿는 곳 듬성듬성
아직 가을의 꽃, 가을의 색들이
피어있을 때 이 시를 올리고 싶다.
나도, 나도 보내줘!
우리도 여기 있어! 급해, 급해.
너무 오래 기다렸어. 라고 재촉을 하는 듯하다.
23년을 숨죽이고 몸부림친 그 웅성거리는 소리가,
대웅전 앞마당에 종성소리가 퍼지니 이 새벽에서야 들린다.
열여섯의 나이에 누구에게, 왜 '해라체'를 썼는지
그 순간의 마음을 서른 아홉수를 지독히 보내며,
불혹의 나이를 저~앞에 둔 지금에서야
궁금해지고 헤아려본다.
그 나이 내가 바라보는 세상은 무엇을 느끼든
무엇을 보든 잃어버린 "임"이었다.
잃어버린, 부재하는 존재에 대한 세상이었다.
동시에 아버지였다.
그 아버지란 존재는 내게 뜬구름과 같은
허상이었고, 동시에 내가 증명되기 위하여
있어야 할 하나밖에 없는 뿌리이자
임 같은 존재였다.
열여섯, 일곱, 내 방안, 시들어가는 꽃 한 송이를 바라보면서도 그러했다.
그리고
버릴 수 없던 그 마음이
오랜 세월 뜨겁게 익고 터지고 외면당하기를
수없이 반복하다
지금 이 순간에 소리 없이 반짝! 하며 떠오른다.
이 새벽, 잠들지 않은 저 하늘 별들 사이로.
한 송이
두 송이
반 짝
1986년 4월의 마지막 날 태어난 저의 어린 날의 시들입니다.
첫 시를 11살 즈음에 썼던 걸로 기억합니다.
제 인생 시의 80%는 한 대상을 중심으로 16세~17세에 쓰였습니다.
시상이 폭발하던 때였습니다. 쓰지 않고는 살 수 없고 견딜 수 없던 때였습니다.
어릴 적, 시를 쓴 노트를 도둑맞기도 하고 써놓은 글들을 살며 잃어버리기도 하고
소각하기도 하고 웹 상에서 지우기도 했던 그 글들에 대한 죄책감과
사죄의 마음을 늘 기억하며 삽니다.
그리고 동시에 내 영혼이 미천하고 남루하고 부끄러워
서랍 속에 감춰 둔 그 글들에게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