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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변만화 Dec 05. 2024

소녀, 쓰다; 버릴 수 없는 마음

영혼과; 詩

버릴 수 없는 마음    




           

한 송이 두 송이의 남은 꽃은 꽃도 아니더냐?


그 한 송이 그 한 잎에

저리도 옛 임의 사랑을

애잔히 피워내고 있거늘

제 한 목숨 말라비틀어질 때까지

옛 임의 추억을 기억하고 있거늘     


이제 남은 꽃은 한 송이, 두 송이     

완전히 고개 숙여 바스락거릴

한 움큼의 꽃송이들

사랑이 그것들을 태웠다


어디 이 꽃들을 차마 버릴 수 있단 말이더냐

사랑이 그것들의 영혼을 바스락거릴 그 몸에

서려 놓았다


홀씨만 한 임의 사랑까지도 죽을힘을 다해

제 것들의 영혼으로 마셔 버린 것들


어디 이 꽃들을 차마 버릴 수 있단 말이더냐?


메마름이 메마른 것이 아니오

초췌함이 초췌한 것이 아닐지라     

한 송이 두 송이 젊은것들도

이제, 영원히 사랑의 기억들로 새겨지려

지독하게 빨아들이고 있네

사랑을     

매정하신 나의 임 나를 버릴지라도

나만은 한 송이 두 송이의 꽃을

.

.

.

.

.

.

버릴 수 없는 마음





겨울이 왔다.
그래도 눈 닿는 곳 듬성듬성
아직 가을의 꽃, 가을의 색들이
피어있을 때 이 시를 올리고 싶다.

나도, 나도 보내줘!
우리도 여기 있어! 급해, 급해.
너무 오래 기다렸어. 라고 재촉을 하는 듯하다.

23년을 숨죽이고 몸부림친 그 웅성거리는 소리가,
대웅전 앞마당에 종성소리가 퍼지니 이 새벽에서야 들린다.

열여섯의 나이에 누구에게, 왜 '해라체'를 썼는지
그 순간의 마음을 서른 아홉수를 지독히 보내며,
불혹의 나이를 저~앞에 둔 지금에서야
궁금해지고 헤아려본다.

그 나이 내가 바라보는 세상은 무엇을 느끼든
무엇을 보든 잃어버린 "임"이었다.
잃어버린, 부재하는 존재에 대한 세상이었다.

동시에 아버지였다.
그 아버지란 존재는 내게 뜬구름과 같은
허상이었고, 동시에 내가 증명되기 위하여
있어야 할 하나밖에 없는 뿌리이자
임 같은 존재였다.

열여섯, 일곱, 내 방안, 시들어가는 꽃 한 송이를 바라보면서도 그러했다.

그리고
버릴 수 없던 그 마음이
오랜 세월 뜨겁게 익고 터지고 외면당하기를
수없이 반복하다
지금 이 순간에 소리 없이 반짝! 하며 떠오른다.
이 새벽, 잠들지 않은 저 하늘 별들 사이로.

한 송이
두 송이
반    짝






少女, 쓰다.

영혼과; 詩



1986년 4월의 마지막 날 태어난 저의 어린 날의 시들입니다.
첫 시를 11살 즈음에 썼던 걸로 기억합니다.
제 인생 시의 80%는 한 대상을 중심으로 16세~17세에 쓰였습니다.
시상이 폭발하던 때였습니다. 쓰지 않고는 살 수 없고 견딜 수 없던 때였습니다.
어릴 적, 시를 쓴 노트를 도둑맞기도 하고 써놓은 글들을 살며 잃어버리기도 하고
소각하기도 하고 웹 상에서 지우기도 했던 그 글들에 대한 죄책감과
사죄의 마음을 늘 기억하며 삽니다.
그리고 동시에 내 영혼이 미천하고 남루하고 부끄러워
서랍 속에 감춰 둔 그 글들에게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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