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로 갔다
늘 걷는 산책길을
좀 길게 걸으면
아이의 친구네 집이 나왔다.
예의 바른 도시여자인 그 아이엄마는
자신의 뜰에
내내 피고 또 피는 동백나무가 있는 줄도 몰라서
내가 오가며 가지도 치고
꽃이 빽빽하면 솎아서 집으로 들고 오곤 했다.
지난 여름
그 가족이 근처 큰 집을 사서 이사한 후엔
일부러 피해 다녔다.
모든 것이 고대로인데
사람만이 없는 풍경은
마음 저어짝에
달그락거려서 꾹 눌러 놓은 슬픔을 해제하니까
바람이 계절을 두어번 개비해 놓은 어제
이젠 애도기간이 끝났다 싶어
그 집을 반환점으로 삼아 걸어 본다.
다시 가 본 집에는
여전히 동백나무 무고하시고
집 옆으로 주루룩 넝클넝클 겹동백나무들도
모두 다 단정히 단발을 하고 서 있더라.
이젠 곱게 사진만 찍고 온다.
전엔 향기도 맡고
꽃 이파리도 입에 물고
구역표시를 하는 동네 개처럼
나무를 빙글빙글 돌았는데..
그 집이 진짜로 이사를 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