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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과마눌 Mar 19. 2021

시간이 생을 품으면

뭐가 될까

삶의 어떤 순간들에 결정적인 추억이 하나 생기고, 그게 우릴 살아가도록 돕는다. 

시간이 생을 품으면 바로 우리 자신이 감미로운 곳이 되는 것이다. 


         - 조에 부스케(류재화 옮김), 『달몰이』 (봄날의 책, 2015) 중에서.



감미롭다는 단어가 목에 걸린다.

감미로우려면 좋은 일어야 할 것 같고, 아름다운 일이어야 될 것 같으니까.


삶은 그렇게 높고, 곱고, 쓸쓸한 것들이 왕왕 일어나는 곳이 아니다.


이 멋진 글귀 역시, 나 빼고, 어느 드물게 운 좋은, 그런 사람에게 해당되는 말이려니,

모두가 서로서로 타인의 생은 나보다 낫구나만 읊조리게 하는 뒷 맛 쓴 글귀려니,

알홈답게 읽었으니, 이제 제쳐 둘까 하다가,

시간이 생을 품는다는 말에 갸웃뚱했다.


좋기만 한 일이면 품기까지 하겠나.

좋기만 한 일이 분명 아닌데,

품어 준 시간 

아니, 

내가 품었던 

아니,

나를 품어 주었던 

그리하여,

끝까지 걸리는 감미로운까지는 아니라도

간신히,

나 자신을 자신이게 한

모든 것에 뽀뽀를 보내고 싶은 

그런 봄날이다.


#써 본다 일기

#명언 뒤에

#걸리적거리는 내 말

#그림은_달리(?)

#기억력은 녹슬어가고

#가슴은 더욱 명화삘 받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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