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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과마눌 Jul 13. 2018

어머니는 음료수가 싫다고 하..

그렇게 사랑하고..그렇게 후회하고..

엄마는 알뜰한 사람이었다.

티끌을 모아 태산을 만드는 장인이셨고,

티끌이 흘린 개미눈꼽만큼의 티끌을 낚아채는 달인이셨다.


외출을 해도,

아파 죽지 않으면 택시를 타지 않았고,

외식을 해도,

제대로 된 끼니가 아니면 사 먹지 않으셨다.


보고 자란 일상은

이후에, 사람이 살아가며 내리는 선택을 지배한다.


나 또한 외출시 음료수 불매의 승계자로서 만만찮다.

아..오해는 마시라.

언늬 이래뵈도

밥만 잘 사주는 예뻣던 누나다.


단지, 내게 남아 있는 가난한 엄마의 흔적이랄까?

엄마의 스멜이 내 지갑을 단디 단도리하고 있을뿐.


오늘은 무지하게 더웠고,

나 닮아 수학 못하는 큰애를 과외 데려다 주고

나오는 길에 본 꿀벌은 참말로 디게 부지런해 보였다


자세히 보면 꿀벌은 뽀뽀중~


너무나 그리 살지 말라고..

그리 모아 두면, 슈킹하는 늠 따로 있다고..

외치고 싶었으나,

꿀벌이...알아, 임마!..할듯 하여 참았다


그리하여

더위를 피해 간 근처 코스트코

마침 한가한 그 타이밍에

스무디 한잔 시켰다


맛이야 뭐..

멋이지 뭐..


평소 같으면

차분히 있다가

치킨이 담뿍 든 뜨끈뜨끈한 빵을

도포자락에 홍시 담듯이 품고 가서

노모에게 바치듯

어리버리 넓데데한 큰 애 얼굴앞에 짠 했을 것을

많이 멕여 데리고 온 오늘은 제낀다


엄마는 엄마의 엄마가 흔적처럼

엄마의 생활 깊숙히 각 잡아 놓고 간

그 티끌장인의 가난에 뻐팅기는 걸로 좀 바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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