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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밈혜윤 Apr 24. 2024

레그 프레스, 잘하시나요?

160/51kg 3대 200 도전기 (4)

   레그 프레스를 못하시나요?

   레그 프레스가 뭔지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 그러나 뭔지 궁금하시다면 간략히 말씀드릴게요. 거의 눕다시피 앉아서 두 다리로 철판을 미는 동작입니다. 일반적인 레그 프레스는 수직으로 들어 올리지만 수평으로 미는 레그 프레스 머신도 있다는 사실.


   레그 프레스는 무엇을 위해 하는가? 우선 발바닥 접지를 강제로 만들어줄 수 있다. 스쿼트나 데드리프트를 할 때 발바닥 전체를 활용하는 감각이 긴가민가한 사람은, 중량을 이용해 철판을 발바닥에 딱 붙여주는 레그프레스를 통해 접지의 감을 키울 수 있다. 또한 반복 수를 많이 가져가면 근지구력 향상에 좋다. 근력과 근지구력이 다르다는 것까지 구구절절 설명하면 독자를 너무 무시하는 것 같으니 그만두겠다.


   레그 프레스를 싫어한다. 너무 힘들다. 개인적으로 스쿼트나 데드리프트와 비교해도 레그 프레스가 단연 압도적으로 힘들다. 상당수의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운동을 하는 내 지인들은 레그 프레스는 누워서 하니까 훨씬 편하고 좋다고, 스쿼트가 더 싫다고 했다. 그리고 보통은 스쿼트 무게 이상으로 레그 프레스를 들어 올린다고 한다. 나는 스쿼트는 ‘버틸 만하다’인 반면, 레그 프레스는 ‘하다가 죽지 않을까’ 싶다. 무게도 훨씬 못 든다. 스쿼트는 55kg까지 비벼볼 수 있는데 레그 프레스는 40kg을 겨우 할까 말까다.


   이런 엄청난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가 트레이너에게 물어봤다. 첫째 이유는 근지구력이다(일반론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저의 케이스입니다). 스쿼트는 반복 수를 15회까지 잘 가져가지 않는다. 현재 나는 스쿼트의 중량을 올리는 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통상 5RM 기준이고, 정말 많이 해도 12회를 초과하지 않는다. 반면 레그 프레스는 기본 15회 이상 반복을 한다. 이 과정에서 근지구력이 받쳐주지 않아 어느 순간 힘이 확 빠져 버린다. 죽지 않을까? 하는 느낌은 바로 그 순간에 느끼는 것이다. 누구나 레그 프레스를 하면 힘이 빠지는데? 생각하신다면. 힘이 서서히 빠지는 것과 한 순간 갑자기 힘이 빠지는 것의 차이입니다. 저는 13회까진 우렁차게 잘해놓고 14회부턴 아예 들지를 못하는 수준으로 차이가 난답니다.


   둘째 이유는 발목 가동 범위다. 발목의 가동 범위가 좁아서 레그 프레스를 하다 보면 부자연스럽게 허리 힘을 쓸 때가 있다. 허리 통증과 함께 극심한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근육을 쥐어짠 후의 피로와는 확연히 다른 불쾌한 피로감은 레그 프레스에 대한 거부감을 키웠다. 저 같은 사람은 발을 좀 더 올려서 후면 근육의 개입 정도를 높여서 해보라더군요. 확실히 허리가 덜 아픕니다.


   하기 싫은 것을 마주하는 마음

   전술했다시피 레그 프레스를 매우 싫어한다. 트레이너가 레그 프레스 쪽을 쳐다만 봐도 심장이 쿵 떨어진다. 내가 못하는 것, 탈탈 털릴 것이 자명한 일에 부딪치러 가는 마음은 비록 헬스장에서 마주한 작은 것이라 해도 참 괴롭다. 안 그래도 인생은 탈탈 털림의 연속인데 헬스장에선 좀 안 하면 안 되나요. 땡깡을 부리고 싶어 진다.


   레그 프레스만 하면 한 여름의 광화문 광장 분수처럼 땀이 솟구쳐 내린다. 기진맥진한 채로 레그 프레스는 왜 이렇게 힘들고 하기 싫죠, 말한 적이 있다. 딱히 트레이너에게 대답을 바란 건 아닌 혼잣말이었다. 트레이너는 바닥에 쿵 앉으면서 말했다. 어쩔 수 없이 힘들고 하기 싫은 걸 더 해야죠. 나는 땀을 닦으며 호전적인 말을, 땀에 젖은 가여운 외관으로 말했다. 왜죠. 그는 눈썹을 들어 올리며 답했다. 그래야 잘하는 걸 더 잘하죠. 속으로 생각했다. 이 사람, 되게 FM이네…


   물론 운동을 잘하고 싶다. 운동 말고도 잘하고 싶은 건 영어, 제2외국어 두 개쯤, 고급진 유머 등 많다. 그러나 나는 정당하고 성실하게 노오력하기 보다는 그냥 어느 날 자고 일어나니 전두엽 어딘가가 활성화된 기적이 일어나 얼렁뚱땅 잘하고 싶다. 이상하게도 복권 당첨은 그다지 꿈꾸지 않지만 우연한 능력치의 폭풍 상승은 상당히 갈망하는 편이다. 능력치의 우연한 상승을 꿈꾸는 맘에는 당연하게도, 하기 싫은 과정을 회피하고픈 바람이 당당히 소파를 차지하고 앉아 있다.


   물론 과정 없는 결과는 당장은 편하지만 그다지 자랑스럽지 않을 것을 알고 있다. 사람들이 운동 열심히 한다더니 정말 달라지는 게 보인다, 대단하다 말해줄 때마다 내가 떠올린 건 다른 헬창들과 내가 만들어낸 정체불명의 습기를 뒤집어쓰며 버틴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하기 싫음에도 불구하고 했던 시간이 오늘의 나를 빚었다. 그러니 단단한 내일을 위해 정진해야겠지. 정신 승리가 아니라 정말이에요. 아 진짜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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