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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밈혜윤 May 08. 2024

운동과 멘탈의 상관관계

나의 헬스 일기

   운동을 왜 하는가

   주변 사람들이 많이 묻는다. 요즘 운동 열심히 하는 것 같던데(혹은 살 많이 뺀 것 같던데), 운동의 목적이 뭐야? 그럼 의기양양하게 3대 200! 외치고는 한다. 그러나 리프팅이 전부는 아니다.


   지난주에 운동 노잼 시기가 왔었다. PT 수업도 가기 싫고 중력과 싸우는 것도 싫었다. 금세 지치는 내 몸을 쥐어짜는 극한으로 몰아붙이는 행위가 지긋지긋했다. 얼마 전까지 두근대면서 몸이 달아 헬스장에 갔었는데 그게 나의 일이 맞았는가 싶었다. 노잼 시기의 여파가 채 지나지 않아 울먹이면서 간 일주일 만의 PT는, 나쁘지 않았다. 트레이너는 계속 나를 몰아붙였다. 며칠 운동 안 했다고 그새 스쿼트 자세의 감이 떨어졌다. 지난주에 그닥 피로를 느끼지 않고 들던 무게가 버거웠다. 낯섦의 연속이었다. 며칠을 더 쉬었다면 무게를 한참 떨어뜨려서 다시 시작해야 했을 것이다. 한 번은, 하루는, 이틀은 괜찮겠지, 티도 안 나겠지. 그런 생각이 얼마나 침묵 속에 사람을 끌어내리는지 알 수 있었다.


   지겨와, 지겨와. 쭝얼거리면서 갔던 수업은 막상 땀을 흘리기 시작하니 싫지 않았다. 바벨을 내리고 걸고 하면서 느끼는 팔다리의 감각, 숨을 얕게 마셨다가 츳! 하고 뱉는 순간의 긴장감, 그리고 박자. 좋았다. 살아가는 건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내 몸 또한 온전히 내가 통제할 수 없다. 그러나 내 의지는 온전히 나의 영역이다. 인생에 고난이 끼어들 때마다 슬그머니 꽁지를 내리고 도망쳐버릇하는 내가 도망치지 않는 순간도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뜨끈히 열이 오르는 몸은 칭찬일지 비난일지 모를 땀을 뚝뚝 흘리며 아우성친다.  


   운동을 마치면 몽롱하게 수건을 낚아채 걷는다. 치올랐던 체온이 천천히 떨어진다. 에어컨 바람의 차가움이 느껴진다. 헬스장이 이렇게 추웠나? 그새 식은 몸을 따뜻한 물로 데운다. 헬스장을 나온다. 짜릿하다. 두 번의 고비를 넘겼다. 헬스장에 오기 싫었던 첫 번째 고비를 넘겼고 운동을 설렁설렁 때우고 싶은 두 번째 고비를 넘겼다. 두어 시간 남짓한 동안 벌써 두 번의 고비를 넘겼으니, 남은 하루의 자잘한 고비도 얼마든지 상대해 줄 수 있다. 채 거두지 않은 승리를 자랑스레 만끽한다. 그게 내가 헬스장 문턱을 넘는 이유다.


   넌 정말 멋져!

   지난 4개월 동안, 앞선 2년보다 더 많은 걸 배웠다. 절대로 익숙해지지 않을 것 같던 운동 동작의 이름들이 친숙해졌다. 스-벤-데(소위 3대 운동)가 어떤 부분들을 신경 써야 하는 동작인지 매일매일 배운다. 바벨 운동과 보조 운동의 구성을 스스로 조절하게 되었다. 말 나온 김에 그냥 하는 말인데, 운동에 답은 없으니 대회를 준비하는 게 아니라면 루틴에 너무 개의치 마세요. 다치지만 않는다면, 그리고 빠른 시일 내에 꼭 몸을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니라면 운동은 루틴에서 벗어나 오늘 하고 싶은 대로 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아랫배와 팔뚝 밑살은 아직 이주할 생각이 없는 것처럼 알박기를 하고 있지만 괜찮다. 너희는 앞으로 천천히 조져줄 거니까 차례를 기다려. 나의 경우는 어깨와 허벅지가 괄목상대할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옛날에는 내 팔다리가 평면에 선으로 찍찍 그어놓은 것 같았다면 지금은 명암이 들어간 상태라고 할까. 친구들은 내가 헬스장에서 인증 사진을 보내는 것엔 심드렁하지만 이따금씩 눈을 반짝거리면서 내 팔을 조몰락거리고 탄성을 내지른다. 정말 단단한데? 운동한 보람이 있는데? 동생은 내 엉덩이를 툭 치면서 탄력이 다른데?라고도 한다. 타인이 내 엉덩이에 침범하는 걸 대단히 싫어하는 편이지만 그렇게 근성장에 대한 인정을 해준다면 참을 수밖에.


   운동은 내 정신 건강에 여러 모로 기여하고 있다. 시간이 쌓이는 것을 눈으로 똑똑히 목격했다. 어제보다 오늘 운동을 더 못할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반드시 우상향 한다는 걸 속근육으로 배웠다(피부로 배웠다는 표현은 너무 진부하니까 바꿔봤다). 사람들의 칭찬과 인정을 받았다. 얼굴선이 정돈됐다. 은근한 자신감이 나를 감싸고 있다. 자신감 부분이 제일 중요하다. 나는 3대 160kg을 드는 사람이야, 생각하면 눈앞의 스트레스가 근소하나마 작아진다. 스트레스에 압사당할 것 같던 시간과 작별했다. 더 크고 본격적인 스트레스에 노출된다면 다시 목이 졸리는 기분이 들 수도 있지만, 괜찮을 거다. 그때는 내가 3대 200kg을 들면서 벌크업한 자신감으로 맞대응할 거니까.


   우울할 땐 거울을 잘 보지 않았다. 뭔가에 절어있는 내 얼굴을 볼 자신이 없었던 탓이다. 지금은 매일 거울을 똑바로 본다. 스스로에게 활짝 웃어준다. 팔에 힘을 꽉 주고 내 이두나 삼각근을 구경꾼처럼 본다. 목에서 쇄골 사이가 갈라지기 시작하는 걸 발견했다. 호오, 이런 곳에도 근육이 있었다니, 놀란다. 이만큼 발전한 난 정말 멋져! 앞으로 더 멋져질 거야! 이 글을 보고 운동하고 싶어진 당신도 정말 멋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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