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헬스일기
루틴은 고루고루
3대 200을 완수하는 여정을 시작하면서 운동 패턴에 변화가 생겼다. 두 가지가 없어졌다.
첫째로는 자유 운동이 없어졌다. 원랜 PT 수업 외의 자유 운동은 말 그대로 내 자유의 영역이었기 때문에 트레이너가 이거 해라 저거 해라 간섭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3대 운동(스쿼트, 벤치 프레스, 데드리프트)의 무게를 늘려야 하고, 그러려면 몸을 정말 열심히 강화해야 하기 때문에 수업이 없을 때도 해야 하는 숙제가 생겼다. 숙제를 비롯한 주간 운동은 엑셀에 상세히 표로 정리되어 내게 도달한다. 나는 표를 보고 목표 무게, 반복수를 맞춰 운동을 진행한다. 특이 사항이 있으면 기록하고 피드백을 받는다. 트레이너도 나도 성실한 편이라, 내 엑셀 기록에는 아주 많은 문장이 있다. 그만큼 트레이너도 내게 많은 말을 한다.
둘째로는 상하체의 완벽한 분할이 사라졌다. 물론 그날그날의 주인공 운동이 있다. 바벨로 고중량을 다루는 스쿼트, 벤치, 데드리프트가 돌아가면서 주인공을 맡는다. 그러나 상체와 하체 2분할로 진행하면서 상체만 혹은 하체만 하던 때와는 양상이 사뭇 달라졌다. 벤치 프레스를 주요 동작으로 가져가더라도 최소한의 하체 보조 운동이 있고, 스쿼트나 데드리프트를 하더라도 숄더 프레스 등 최소한의 팔/어깨 보조 운동이 섞여 있다. 밀고 당기기의 차이는 있지만 골고루 있는 걸로 보아서, 나의 트레이너는 나를 정말로, 진심으로 강해지게 만들 심산인 것 같다.
특별히(?) 나의 어느 날의 루틴을 공개한다.
-스쿼트 5회 반복 기준, RPE 7 수준 유지하며 5세트: 40~50kg
-레그 익스텐션 머신 5세트
-시티드 덤벨 숄더 프레스 5세트
-버티컬 풀
-AB 트레이닝
스쿼트는 워밍업으로 하는 가벼운 무게, 빈봉이나 RPE(피로도) 6 이하로 수행한 무게 세트는 제외한다. 순수하게 ‘좀 힘드네?’ 수준으로 다섯 세트를 채워야 한다. 그러다 보니 주요 동작에만 보통 삼십 분 전후를 사용한다. 그 뒤엔 보조 운동을 해줘야 한다. 특히 버티컬 풀(Vertical Pull) 또는 호라이즌 풀(Horizon Pull), 즉 팔과 등을 조지는 운동은 세트에 늘 포함돼 있다. 버티컬 풀과 호라이즌 풀의 양자 구별이 처음엔 좀 헷갈렸다. 어깨가 움직이는 방향을 생각하면 된다. 어깨가 위아래 방향으로 움직이면 버티컬 풀이고 앞뒤로 움직이면 호라이즌 풀이다.
그러고 보니 이 시리즈를 시작하고 한 달 가까이 지난 오늘에야 드디어 헬스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썼다. 근데 사실 저는 운동 얘기하는 척하면서 개소리나 하려고 이 시리즈를 시작한 거긴 해요.
주 5회 운동, 정말 어렵지
주 4회 이상 운동을 나간 지 세 달을 채워가고 있다. 웬만하면 주 5회를 지키려고 하는데 시간을 내기가 어지간히 쉽지는 않다. 다치지 않고 운동하려면 몸을 꼼꼼히 풀어줘야 하는데 그러면 스트레칭에만 30분을 쓰게 된다. 루틴을 소화하면 대략 한 시간이 지나간다. 샤워하고 옷 갈아입고 선크림이라도 찍어 바르면 또 30분이 뚝딱 지나간다. 그뿐인가? 헬스장으로 이동하는 시간, 다시 집에 오는 시간, 운동의 여운에 젖어 물 마시고 멍 때리는 시간… 넉넉히 세 시간 이상 잡아야 소화할 수 있는 일정이다. 운동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더 오래 살긴 하지만 그만큼 헬스장에 있다는 농담은 사실이다.
아플 때를 제외하면 10주에 가깝게 주 5회를 지켰다. 트레이너가 물어왔다. 운동 열심히 한다고 어디에 뭐 자랑도 하고 그래요? 아뇨, 자랑할 몸까진 아니니까요, 얼버무리는 내게 트레이너가 정색하고 말했었다. 매일 헬스장 나오는 성실함은 자랑하셔야죠. 그 뒤부터 나는 매일 성실함을 자랑하고 있다. 친구들에게 오늘도 운동한 나를 제발 봐달라고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린다. 솔직히 얘기하는 거지만 친구들은 처음에는 신기해하고 뿌듯해해 주었으나 이제는 별 관심이 없다. 그냥 쟤 또 헬스장 갔구나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다.
주 5일 운동 원칙을 지키면서 느낀 게 있다. 집중해서 열심히 하고 나면 휴식의 몰입도도 달라진다. 요즘 나는 주 5일을 연달아 운동하고 남은 이틀은 꼭 쉰다. 이틀을 쉬어주지 않으면 지속성이 떨어진다. 5일을 열심히 달렸다는 뿌듯함을 가지고 이틀을 잘 쉬면 몸이 가볍다. 어서 내일이 왔으면, 다시 운동을 하러 갔으면, 생각한다.
그동안 맘 놓고 쉬지 못했던 건 스스로 인정해 줄 만큼 치열하지 못해서는 아니었을까? 지난날이 어땠는지 염려도, 또 아쉬움도 남지만 괜찮다. 나에겐 앞으로의 무수한 인생이 남았으니. 이렇게 하나 배우면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가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