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통 미친 거 아니야?
다시 시작할 때는 가볍게
2주 만에 운동을 재개했다. 준비하던 시험을 끝내며 한 고비를 넘긴 덕분이다. 당분간 시간이 많을 예정이니, 다시금 3대 200에 도전할 거다. 오랜만에 운동을 하면 이전에 내가 들었던 무게, 해내던 횟수를 생각하며 그 이상을 하고 싶은 욕심이 앞서겠지만 당연히 그러면 안 된다. 다시 시작할 때는 가볍게, 적게 해야 한다.
헬스장에 가지 않는 중간중간에도 맨몸 운동은 조금씩 꾸준히 했다. 그럼에도 내 몸은 공백기 동안 감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바벨이나 덤벨을 들지 않았기 때문일까? 뭔가를 들고 하는 동작이 버거웠다. 예전에 비해 실패지점이 빨리 찾아왔다. 이를 깍 물고 하면 될 거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트레이너는 재빨리 중단시켰다. 고집부리지 않고 그가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하게 내려놨다.
생각해 보면 우울증이 심했을 때는 다가온 실패 지점에서 내려놓는 법을 몰랐던 것 같다. 에이 무리하지 말자, 하고 그냥 내려놓으면 되는 것을, 스스로의 의지 운운해 가며 나아가지도 포기하지도 못했다. 스스로 비난하지 못해서 안달 났던 어느 지점들이 생각났다. 왜 딜레마존을 스스로 만들었단 말인가.
다들 청춘을 찬양하고 그리워한다. 20대의 어느 날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나는 아니다. 절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내가 겪었던 모든 재앙이 청춘의 어스름한 얼굴이라면 다시는 마주하고 싶지 않다. 내가 느껴야 했던 격앙감, 모멸감, 지독한 자기혐오는 죽을 때까지 절대로 알지 못해도 괜찮은 것들이다.
30대에 들어서야 비로소 내 삶은 다시 시작된 거라고 생각한다. 좀 더 가볍게. 좀 더 온화하게. 나를 용서할 수 있게 된 지금이 훨씬 좋다.
근육통 아야
오랜만에 한 운동은 깊은 근육통을 남겼다. 맨몸운동은 아무래도 스스로에게 무지막지하기가 힘들다. 엌! 힘든데? 하면 자기도 모르게 그만두게 되니까. 바벨, 덤벨은 어쨌든 쥐고 있으니까 들어 올리려고 발버둥친다는 점에서 맨몸운동보다는 훨씬 막대한 충격을 남긴다. 비틀리고 쥐어짜진 시간은 통증으로 남았다.
기분이 좋다. 시간과 노력이 흔적을 남기고야 만다는 사실은, 누차 썼듯 외롭고 지난한 삶에 도움이 된다. 아팠던 일들도 시간이 지나고 돌아보면 종국에는 좋은 일, 혹은 필요한 일이었다는 사실을 생각한다. 기분이 안 좋은 유일한 점은 오늘도 PT를 가야 한다는 사실이다. 삶은 계속된다. 그리고 삶은... 달걀.... 이런 말장난을 참을 수 없게 된 나는 아재가 되고 만 것일까!
다시 3대 200의 여정에 임하는 솔직한 마음. 다시 클린식을 할 수 있을까? 물론 할 수 있다. 삶은 계속된다. 삶은 달걀이라는 말은 이번엔 하지 않겠다(사실 이렇게 하고 말았지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