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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밈혜윤 Jun 26. 2024

1분 만에 코어와 팔 조지기 - 엘싯

   L자로 앉기

   지금 당장 다리를 쭉 뻗고 앉아서 양손을 바닥에 짚어 보세요. 손과 팔에 힘을 주어서 몸통, 다리를 바닥에서 띄워 보세요. 손과 팔로만 바닥을 지지하고 몸을 띄우는 데 성공했나요? 축하합니다. 당신은 엘싯에 성공했습니다. 쉽다면 다리 높이를 조절해 보세요. 바닥에서가 어렵다면, 벤치, 침대나 욕조 가생이에서 해보세요.


   화장실은 중요한 공간이다. 나는 밤마다 화장실에서 하는 게 정~말 많다. 샤워도 하고, 얼굴 마사지도 하고, 양치하면서 한 다리로 서있기는 물론 욕조를 붙잡고 엘싯도 연습한다. 자기 전에 화장실에서 보내는 시간만 한 시간이 넘을 거다.


   그중 오늘의 주제인 엘싯에 대해 말해보자면, 코어를 조지는 데 가장 효과적인 운동이다. 그러나 함부로 권해주기도 좀 뭣하다. 예전에 엘싯을 해보겠다고 나대다가(!) 와당탕 쏟아져 내리면서 손목과 허리를 삐끗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냥 보기에는 어렵지 않아 보이지만 내 무게를 특정 부위에 실어주는 운동이므로 집중하지 않으면 다친다. 조심할 것!


   엘싯을 한 번 도전해 보면 내 다리가 얼마나 무거운지 확인할 수 있다. 나는 아직 바닥에서 엘싯을 성공한 적이 없는데, 다리가 어찌나 무겁던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아랫배 근육 힘이 좋다면 잘 협응해서 다리를 들어줄 텐데. 욕조 옆에 걸터앉아서 시작하는 엘싯은 바닥에서 할 때에 비해 수직 공간이 많으므로, 다리를 덜 들고도 몸을 띄울 수 있다. 엄밀히 따지면 L자 모양이 아니긴 하지만… 어쨌든 엘싯을 성공한 거라고 우기고 있다.


   처음엔 욕조 옆에서도 아예 몸을 띄울 수가 없었다. 한 발만 띄워서 들고 있다가 내려놓고, 반대쪽 한 발만 들고 있고를 반복하며 배에 자극만 느끼고 간략히 끝냈다. 밤 루틴이 되었다. 어차피 내일도 또 할 거기 때문에 급할 건 없었다. 언젠가 오, 오늘은 양발을 다 띄울 수 있을 것 같아, 그런 느낌이 들었다. 한 번 해보니 진짜 됐다. 물론 옆에서 보면 둔각을 이루고 있을 것이었다. 그러나 각이 중요한 게 아니다. 분명한 발전이 있었다. 그때부터 한 발씩 띄우고 있기는 건너뛰고 일단 냅다 몸과 다리를 띄운다. 10초, 12초, 버티는 시간을 늘린다. 10+@초만 해도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얼굴이 시뻘게져서 일어난다.


   가성비 좋게 가자고

   우리 몸은 유기적이다. 전문 바디빌더처럼 한 부위를 고립시켜서 운동하지 않는 이상 모든 운동은 목표 근육 외에도 주변의 여러 근육을 자극한다. 엘싯은 특히 전신을 가성비 있게 조질 수 있는 운동이다. 내 팔은 몸을 들어올리면서 부하를 견뎌야 한다. 몸을 꼿꼿하게 유지하며 코어가 힘을 써야 하고, 다리 높이를 지지하기 위해서 엉덩이와 허벅지 뒷근육이 팽팽해진다. 그러니까 한 번에 지금 세 개 이상 근육을 몰아붙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성비 운동을 왜 안 해요?


   헬스장에서 바벨 들고 3대 운동을 하는 것 또는 머신으로 여기저기를 조지는 것도 좋지만 개인적으로 운동의 끝판왕은 맨몸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중력과 내 몸무게를 쓰는 건 생각보다 다양한 각도, 다양한 범위에서 부하를 줄 수 있다. 바벨과 기구만 쓰다가 맨몸운동을 조금씩 시작한 입장에서 양자를 비교하자면 맨몸운동이 더 어려웠다. 바벨 들고 앉았다 일어났다 하는 건 70~80kg도 드는데, 51kg짜리 내 몸통, 그리고 그보다 가벼울 내 다리는 이렇게나 무겁다고? 내 무게를 내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다는 건 생각보다 더 굉장한 일일 수 있겠다.


   수행하기 훨씬 어렵지만 맨몸운동의 매력에 빠졌다. 맨몸운동으로 단련하면 할 수 있는 게 많아진다. 장기자랑 거리가 생긴다. 이를 테면, 물구나무를 설 수 있다. 네? 맞아요. 요즘 물구나무 서기가 하고 싶어서 말한 거예요. 물구나무 또한 코어가 중요한 운동이다. 완벽히 L자로 앉기에 가까워질 때쯤 물구나무를 용기있게 질러 보겠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브런치에 기록을 남기겠다. 우선 오늘은, 욕조에서 엘싯 17초 버티기가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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