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판된 <교실의 위기>를 찾다가
올해 1월 1일부터 독서모임을 하는 중이다.
평일 새벽 5시부터 1시간 동안
10명 이내의 사람들이 함께 같은 책을 읽고
소감을 나눈다.
책 쓰기를 위한 독서모임인만큼
책 내용을 살피기도 하지만 내가 쓸 책에
어떤 적용을 할지를 나누기에
참 유익한 시간이다.
이 모임에서 다른 사람의 추천 책 중
레오 버스카글리아의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라는
책을 읽고 큰 감동과 많은 인사이트를 얻었다.
교육에 관한 책이며 내 첫 책인
<홈플릭스, 새로운 교육이 온다>가
추구하는 가치를 논하는 책이라 참 반가웠다.
강연집을 모아 낸 책이라 강의를 듣는 것 같기도 하면서
저자와 대화를 나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래서 독서는 저자와의 만남이라고 하는 것일까.
저자인 레오 버스카글리아는 찰스 E. 실버먼 교수의
<교실의 위기>라는 책을 추천했다.
나는 주말 근무를 마치고 이 책을 사기 위해
서점에 들렀다.
그런데 책이 없다.
"레오 씨, 어떻게 된 겁니까?"
<교실의 위기>를 찾으려 나는 인터넷을 뒤졌다.
현재 절판된 이 책은 중고책으로만 판매되고 있었다.
중고책이라도 사려던 나는 이 책의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랐다.
싸게 사야 4만 5천 원.
너무 비싸서 차라리 이 참에 원서로 읽어볼까 하고
아마존에 가보니
8달러에서 비싸게는 178달러에 판매되고 있었다.
어떤 판매자는 약 800달러 가까운 가격에도 내놓았다.
구하기도 어려운 책이지만,
판매자가 이 책을 어떻게 여기는 지도 알 수 있었다.
이 쯤되면 거의 북 테크다.
3500원짜리 책이 10배가 넘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으니 말이다.
정작 교사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예비교사들은
이 책 대신 많은 문제집을 사 보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하기사, 교실에 위기가 있을지언정,
교사들에게 위기가 있지 않을 테니.
1971년 8월 12일(내 생일이다).
나보다 10년 먼저 세상에 나온 책.
나이로 치면 올해 쉰 살이 된 이 책의 영향력과 가치가
가격으로 증명된 작가와 책의 위대함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구할 수 없었던 <교실의 위기> 대신 퇴근길에
나는 딸이 읽고 싶다던 <햄릿>을 집어 들고,
그 옆에 있던 <멕베스>를 함께 집었다.
그것도 아쉬워서 <노인과 바다>, <갈매기의 꿈>을
집어 중고서점에서 구입해 내 가방에 집어넣었다.
위대한 작가 3명이 우리 집에 나와 함께 들어온 기분이었다.
작가가 꿈인 딸도 <교실의 위기>와 같은 책을 쓰길 바라면서
오늘도 나는 책과 살며, 사랑하며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