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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영현 Jan 17. 2021

집으로 돌아온 내 편지

2년 전 홈스쿨링을 시작하며 두 딸들에게 쓴 편지

사랑하는 예은이에게,


예은아, 안녕! 아빠가 올해 너와 홈스쿨링을 시작하면서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한 수업을 받고 있단다.

수업 중에 숙제가 있는데 바로 너에게 편지 쓰는 일이야.

첫 번째 숙제인 네가 좋아하는 것 10가지를 적는 일은 잘 마쳤지.

예은이에게 크리스마스 카드처럼 짧은 글을 쓴 적은 있는데

이렇게 길게 편지 쓴 적인 처음이라서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생각하고 있단다. 먼저 전에도 너에게 이야기해 준 적이 있지만

예은이란 이름을 지은 이야기부터 시작해야 할 거 같아.

뱃속에 네가 처음 생긴 것을 알았을 때는 엄마, 아빠가

결혼식을 하고 얼마 되지 않은 여름이었어.

결혼하고 처음 맞은 엄마의 생일이라 아빠는 멋진 식당에서

맛있는 스테이크와 포도주를 시켜 먹었다.

그리고 밤늦게까지 노래도 부르고 즐거운 생일파티를 했는데

엄마가 열이 나고 아팠지.

엄마, 아빠는 늦게까지 잠을 자지 않고 노느라

감기에 걸린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임신을 한 거였어.

뱃속에 아기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고 기쁘기고 했지만

아빠는 이런 일이 처음이고 아기를 키울 걱정을 하기도 했단다.

그런데 병원에 가서 엄마 배에 기계를 대고 처음으로

콩닥거리는 너의 심장소리를 들었을 때,

엄마, 아빠는 뱃속에 있는 네 별명을 콩콩이라고 짓기로 했단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엄마는 복숭아가 무척 먹고 싶다고 해서

아직 비싼 복숭아를 두 개 사서 먹었어.

그래서 네가 복숭아를 그리도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네.


엄마는 네가 뱃속에서 나오기 하루 전 날까지

병원에서 일을 하고 있었어.

매일 먼 길을 오가야 했기에 엄마도 무척 힘들었지만

너도 뱃속에서 고생한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든단다.

네가 태어나기 전 날은 엄마가 몸이 아파서 집에서 쉬고 있었지.

아빠가 일을 마치고 맛있는 저녁을 먹은 후

집에서 딸기를 먹으려고 했는데 엄마가 갑자기 화장실로 달려갔지.

양수가 나온 것이었어.

양수는 네가 뱃속에 편안하게 있도록 생긴 물이란다.

양수가 나온 것은 아기가 나온다는 신호였어.

엄마, 아빠는 딸기를 먹으려다가 서둘어 옷 입고 택시를 탔어.

그때 우리 집에는 차가 없었기 때문에 택시를 타고

병원에 가야 했지. 그때는 금요일 저녁이라 차가 많이 막혔지만

가는 도중에 널 위해 기도해주는 분들이 많아서

안전하게 병원에 도착했고 다음 날 아침, 2012년 2월 18일

아침 9시 46분에 예은이가 세상에 나왔단다.

널 처음 본 엄마는 네게 천사라는 별명을 지어주었고

아빠는 지금 네가 쓰고 있는 이름 예은이라고 지어주었어.

'예은'이란 이름의 뜻은 '예수님의 은혜'라는 뜻도 있지만

아직 네가 잘 모르는 한자의 뜻은, 기릴 예, 은혜 은.

'은혜를 기념하라'는 뜻을 가지고 있단다.

아빠는 오랜 시간 예수님을 몰랐는데 하나님이

아빠에게 보내신 귀한 선물, 소중한 딸 예은이를 보면서

은혜를 잊지 말고 기억하자는 의미로 이름을 지은 것이란다.

예은아, 이름대로 살아가실 아빠는 널 위해 매일 기도한단다.

그리고 예은이 널 보고, 키우며 엄마, 아빠 또한

그 은혜를 기억하려고 해.

너의 삶을 통해 예수님 모르는 사람들이 잊고 있던

그 은혜를 기억하는 축복의 통로가 되길 소망해.

사랑한다. 내 딸. 그리고 하나님의 딸.


2019년 3월 21일 사랑하는 아빠가.


사랑하는 주은이에게


주은아, 안녕? 아빠야. 아빠가 교회에서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한 훈련을 받으면서 너에게 편지 쓰기가 숙제라서

편지를 쓰고 있어. 주은이는 아직 한글을 잘 몰라서 이 편지를

혼자서 읽기 전에는 다른 사람이 읽어줘야 하겠지만

시간이 흘러서 나중에는 아빠가 쓴 편지를 읽었으면 좋겠다.

주은이는 우리 집에서 제일 어리고 귀여워서 아빠가 주은이

생각만 하면 귀엽고 뽀뽀하고 싶은 생각이 저절로 든단다.

그런데 주은이가 엄마 뱃속에 처음 생겼을 때는

예은이 언니가 두 살 때였는데 엄마, 아빠는 한참 뒤에야

주은이가 생긴 줄 알았단다. 예은이 언니가 처음 뱃속에

생겼을 때처럼 엄마와 아빠는 갑자기 생각하지 못한

아기가 생겨서 기쁘기도 했지만 하나님께 많이 감사하지 못했단다.

왜냐면 엄마는 예은이 언니가 아직 어려서 기저귀도 갈아줘야 했고

할 일이 많아서 힘이 들었어. 아빠는 교회에서 일하는데 돈을 많이

벌지 못해서 걱정이 많았기 때문이야.

주은이가 뱃속에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여름날 주일,

엄마와 아빠, 예은이 언니가 외국인 예배를 함께 드리고 있었어.

그런데 예배 도중에 갑자기 엄마가 화장실로 뛰어갔는데

아기 나오는 곳에서 피가 나와서 우리 셋은 병원으로

택시를 타고 급하게 갔단다. 예은이 언니가 세상에 나올 때도

택시를 타고 병원에 갔지만 주은이는 아직도 뱃속에

있어야 할 시간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 엄마, 아빠는

혹시라도 주은이를 볼 수 없을까 봐 겁이 났단다.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엄마는 침대에 누워 병원으로 들어갔고

아빠와 예은이 언니는 밖에서 엄마를 기다려야 했단다.

아빠는 그때 아직도 아기였던 예은이 언니를 꼭 안고 울면서 기도했어.

'하나님, 죄송해요. 하나님께서 저희 가족에게 생명을 주셨는데

제가 감사하지 못했어요. 용서해주세요. 뱃속의 아기를 살려주세요.'

라고 말이야. 같은 시간에 엄마, 아빠, 예은이 언니와 함께 예배드리던

외국인 성도들과 목사님도 기도해 주셨단다.

잠시 후, 엄마가 있던 병실에서 의사 선생님이 나오셨어.

뱃속의 아기가 아주 위험했지만 살아있다고 말이야.

성경에서 죽은 딸이 살아난 야이로 아저씨 이야기를 알고 있니?

아빤 너무 기뻐서 눈물을 흘리며 하나님께 감사하고 영광을 올려드렸단다.

죽은 줄만 알았던 딸이 살아난 기적을 경험한 거야.

그리고 뱃속의 아기 이름을 별명 없이 바로 이름을 지었지.

주은이라고 말이야.

주은이라는 이름의 뜻은 주님의 은혜라는 뜻도 있고

한자로 물 댈 주, 은혜 은. 주님께 받은 은혜를

세상에 물을 뿌리듯 흘려보내라는 뜻으로 지었단다.

아빠는 예은이, 주은이를 위해 이름대로 살아가길 날마다 기도한단다.

그리고 우리 가족이, 엄마, 아빠가 일하는 회사가, 예수님의 은혜를

날마다 기억하고 전할 수 있기를 또한 기도한단다.

주은아, 아빠는 가끔 네 얼굴을 보면 깜짝 놀라.

정말 귀엽고 사랑스럽고 아빠 닮은 모습에 참 행복해.

무엇보다 하나님께서 엄마, 아빠에게 주신 참 소중한 선물이기 때문이지.

주은이가 예배드릴 때 하나님께 큰 소리로 찬양하고

기도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로 주은이 안에서 일하시는

성령님을 발견하고 참 기쁘고 감사하단다.

주은아, 엄마, 아빠에게 소중한 선물로 온 사랑스러운 딸,

하나님의 딸. 예수님 모르는 이 세상의 사람들에게

선물 같은 인생이 되길 소망해. 사랑해.


2019년 3월 22일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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