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로 튀어!
3년이 넘게 사용했던 강남의 사무실 집기 등을
오늘 챙겨 왔다. 내일 원주로 이사를 가기 때문에
대부분의 작업 시간을 차지하는 편집은
이제 집에서 할 예정이다.
컴퓨터, 모니터, 명함 등을 챙기며
내 자리라고 여겼던 자리가 텅 빈 것을 보니
마음이 묘했다. 언제라도 가면 나를 기다리고 있을
자리는 다른 사람이 앉을 것이다.
같은 공간에서 먹고, 일하며, 기도했던
동료들이 엘리베이터 앞에서 포옹을 했다.
다음 주에 촬영이 있어서 온다고 하는데도
친근하게 지냈던 마음 여린
타 업체 대표님이 눈물을 글썽인다.
"또 올 거지?"
사무실 집기를 챙겨 집으로 돌아와서
집을 한 번 훑어봤다.
10년 동안 전세로 한 집에서 살았다.
큰딸, 작은딸 이 곳에서 낳고 자랐으며
매일 성경을 읽고, 기도하며 찬양했던
이 곳은 집이면서 우리 네 식구의 교회였다.
오늘 저녁 각자 짐을 싸는데 큰딸이
왠지 마음이 서글프다 했다.
나도 마음이 싱숭생숭하다고 했는데
아이들은 그것이 싱겁다는 뜻으로 들렸는지
하하호호 웃는다.
알쏭달쏭 아니냐면서.
우리 가족은 모여 이 곳에서 마지막 예배를 드린다.
지금까지 지내온 것, 주의 크신 은혜라.....
한량없는 주의 사랑, 어찌 이루 말하랴.....
찬양을 하면서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시울이 따뜻해진다.
10년 간 좁지만 아늑한 이 집에서 살면서
그 많은 에피소드를 어찌 이루 말하겠는가.
슬픔과 아픔, 기쁨과 행복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기엔 이 집은 우리에게 다정한 친구였고
때로는 보호자였다.
예배의 마무리로 이 집에 대한 감사를
아빠부터 막내까지 나누었다.
이 집에서 마지막으로 예배드리면서
나는 맨 뒷자리에 앉아 큰 소리로 찬양하는
두 딸들을 보면서 마음이 먹먹했다.
기쁜 소식이라는 기독교 용어, '복음'을
제육볶음, 오징어볶음으로
이해했던 신앙의 일자무식이었던
내가 믿음의 가장이 되어
찬양을 부르고 있다는 것이
참 감사했다.
자나 깨나 주의 손이
항상 지켜주신 덕분이다.
나는 부족한 가장이지만
우리 가정의 주인이신
하나님은 완전하신 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