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로 튀어!
지난주 강원도에 이사를 왔다.
20여 년 전, 군생활 이후 강원도가
생활권이 되어서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20년 만에 만난 강원도는 따뜻했다.
휴가 복귀할 때 버스에서 내리면
코털이 얼어붙던 시기와 다르게
우리 가족이 강원도에 이사한 날은
올해 들어 가장 따뜻한 날씨였다.
인제 가면 언제 오나, 원통해서 못 살겠네
라는 동네에서 군생활을 했다.
강원도 방향 쪽으로 오줌도 누지 않는다는
표현이 내게는 맞지 않는다.
산속에 들어선 군부대와는 다르게
강원도의 신도시는 내게 쾌적한
환경이어서 감사했다.
신축 아파트에 이사를 와서
강원도에 소변도, 대변도 누는 것이
몸도 마음도 편안하다.
전에 집에 없던 비데도 기본 옵션으로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몸은 기억하는지
강원도에 있으니 군 시절 생각이 났다.
주말에 딸들과 단지 안 놀이터에서
줄넘기를 하려고 노는데
큰딸 또래 남자아이들과 어울리게 됐다.
남자아이들은 스펀지로 만들어진
총알을 쓰는 소총으로 사격 놀이를 하고 있었다.
나는 스펀지 총알을 주워주며
아이들과 어울려 놀았다.
잠시 동안의 휴식시간,
한 아이의 총을 내가 장전하며
엎드려 쏴 시범을 보였다.
역시 남자들이란 군대 얘기로 친해지는 것인가.
한 아이가 물어봤다.
"아저씨, 진짜 총 쏴 봤어요?"
육군 군필자인 내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럼 소총도 쏴 보고, 기관총도 쏴 봤지.
유탄발사기도 쏴 보고."
"우와!"
놀이터 바닥에 누워서 쏘는 내게
또 다른 아이가 묻는다.
"근데 왜 엎드려 쏘는 거예요?"
진짜 총을 쏴 본 내가 교관이 되어
말해준다.
"너희들이 쏘는 총은 반동이 없지만
진짜 총은 반동이 있어. 방아쇠를 당기면
총이 흔들려서 과녁을 맞히지 못하지.
그래서 개머리판을 어깨에 딱 붙여서
총을 바닥에 바치고 쏘는 것이 안정적인 거야."
이어서 나는 설명했다.
"방아쇠를 당기기 전에 숨을 잠깐 멈춰야 해."
"왜죠?"
"숨을 헐떡거리면 제대로 맞출 수 없기 때문이야.
잘 봐, 내가 저기 바나나를 맞춰볼게."
바나나 모양이 그려진 스프링 의자를
나는 조준하며 내심 불안했다.
과연 맞출 수 있을까?
호흡을 가다듬어 나는 방아쇠를 당겼다.
아싸, 명중.
지켜보던 딸들이 박수를 친다.
크으, 이 맛에 군대 다녀온다니까.
이사 온 첫 주말,
나는 단지 놀이터에서 얻은 성과에
기쁨을 느끼며 줄넘기를 했다.
강원도에서의 삶이 우리 가족과
내 삶에 호흡을 가다듬는 시간이 되길 빌면서.